[프로야구] 포지션 바꾼 선수들의 명암
기사입력 1999년 02월 11일 15시 22분
빛바랜 신문철속엔 살짝 잊고 있던 `과거'가 살아 숨쉰다.
지난 94년 프로에 뛰어든 삼성 이승엽의 입단 인터뷰 기사.
등번호 35번（현재는 36번）이 찍힌 빳빳한 새 유니폼을 입고 환하게 웃고있는 이승엽의 사진위에는 `경북고 좌완투수 삼성 입단'이라는 큼직한 제목이 달려있다.X본지 94년 12월30일자〉
인터뷰에서 이승엽은 "꼭 투수로 성공하고 싶다. 최고라 자부하는 LG를 꼭 이기고 싶다"고 답했다.
이승엽은 이후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타자로 전향, 국내서 첫손꼽는 신세대 슬러거가 됐다.
지금까지 투수에서 타자로 나선 경우는 꽤 있지만 그 반대는 드물다.
지난 88년 롯데에 입단한 김응국은 2년간 14경기에서 방어율 5.24를 기록한 그저그런 왼손투수.
89년 간혹 대타로 나가 29타수 14안타（0.483）로 쏠쏠한 성적을 올리자 90년부터 아예 타석에만 섰다.
결과는 대성공, `호랑나비'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펄펄 날았다.
역대 최고타자중 한명으로 꼽히는 해태 김성한（현 해태코치）의 프로 원년 성적은 마운드에서 10승（5패）, 타석에서 타율 3할5리.
투수로 3년을 더 뛰다 87년부터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OB 박노준（현 미국 마이너리그 코치연수중）은 86년 입단때부터 투수와 타자를 넘나들다 89년부터 투수로의 꿈은 포기했다.
86년 18승（6패）으로 신인왕까지 오른 MBC 김건우（현 LG코치）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89년부터 할수없이 방망이를 잡았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은퇴, `비운의 스타'로 남아있다.
[김우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