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ML산책] 필라델피아 커트 쉴링 '사랑의 투구'
기사입력 1999년 02월 11일 15시 22분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우완 선발투수 커트 쉴링（33）은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투수로, 불같은 강속구와 슬라이더, 포크볼로 무장하고 2년 연속 300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냈다.
또한 일단 마운드에 오르면 투지와 승부욕이 대단해 지난 시즌 약체 필리스에서 메이저리그 최다인 15번의 완투를 기록했다.
그러나 마운드에만 오르면 성난 호랑이 같은 쉴링이 필라델피아의 `루 게릭병' 환자들 사이에는 영웅이자 천사로 존경받고 있다.
지난 92년 한 자선단체의 모임에 참석했던 쉴링은 루 게릭병（ALS）에 걸린 딕 버그론이라는 환자를 만나면서 이들과의 인연은 시작된다.
쉴링은 "딕과 다른 환자들을 만나면서 우리의 일상적인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됐으며, 또한 ALS에 걸린 환자들이 얼마나 용감한 분들인지도 느꼈다"고 말한다.
그는 즉시 `피치 포 ALS'라는 자선기금을 만들어 자신이 승리할 때마다 1천달러, 삼진 하나를 잡을 때마다 100달러를 기부했다.
쉴링은 전설적인 야구선수 루 게릭의 생명을 앗아간 이 병에 대한 도전의 의미로 자기 아들의 이름을 게릭으로 지었다.
쉴링이 지금까지 기부한 돈은 14만1천달러인데 다른 독지가들도 56만5천달러를 냈다.
남편의 뜻을 따른 부인 션다 역시 ALS환자를 돕고 병에 대한 연구를 돕는데 발벗고 나서 매년 필리스 선수들이 모두 참가하는 ALS 퇴치를 위한 사인회를 개최, 경매 등으로 50만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환자들에게는 게릭과 션다가 기부하고 모은 돈보다도 그들의 헌신적인 행동이 더욱 큰 힘이 되고 있다.
쉴링은 1년 9개월을 야구장에서 보내야 하는 고된 일정에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환자들을 찾고 자선 행사에 모습을 빼놓지 않는다.
불우한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보내는 쉴링의 불꽃 투구가 더욱 값져 보일 것 같다.
[LA 특파원 hkmin@earthlink.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