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씨] 가위 다섯개로 한번에 다섯명 손질 화제
기사입력 1999년 02월 11일 15시 22분
이 사람이 머리를 깎는 모습을 보면 입이 절로 벌어진다.
가위를 자유자재로 놀리는 폼이 마치 손오공이 여의봉을 다루는 듯하다.
가위 5개를 오른손 엄지와 검지 손가락에 차례로 끼워 머리를 깎는데 걸리는 시간은 채 1분도 되지 않는다.
한창 때는 3분 만에 다섯 명의 머리를 깎기도 했다.
박 민씨（38）.
가위를 너무 잘 다룬다고 해서 아예 `가위손'으로 통한다.
"가위 1개로 자르는 것보다 5개로 자르면 머리 끝이 한결 자연스럽게 처리되요. 요즘은 전기면도기가 나와 써 먹을 기회가 줄어들었지만…."
그래서 박씨는 고객이 특별히 원할 때에만 시범을 보인다.
그가 이 기술을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 89년.
서울 명동에 `가위소리'라는 미용실을 오픈하면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이 기술을 도입했단다.
"선배 미용인 가운데 사람을 눕혀 머리를 자르는 분이 있었는데 당시에 대단한 화제를 불러일으켰어요. `튀어야 산다'는 생각에 머리를 짜낸 것이지요."
하지만 이 기술을 익히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가위를 5개나 다뤄야 하기 때문에 손목에 힘이 많이 가는데다 자칫 방심했다가는 언제 흉기로 돌변할 지 모르기 때문.
그래서 그는 마네킹에 가발을 씌워 연습을 했다.
"가발 50개는 족히 망가뜨렸을 겁니다."
진공 흡입기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어 전기 청소기를 개조해 사용했다.
입소문을 타고 이 미용실에는 연예인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 초기 이곳에서 머리를 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여중-고생들이 매일 미용실 앞에 장사진을 쳤다.
때문에 가요계에서는 `이 곳에서 머리를 하면 （판이） 뜬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연예인 김민종, 신 철, 김시원, 박진영, 정보석 등이 현재 이곳의 단골 손님들이다.
대구 계명전문대 관광과를 졸업한 박씨는 올해로 미용 경력 15년째.
지난 84년 미용실 보조로 시작해 이제는 명동을 비롯, 이대앞, 홍대앞, 압구정 등에 직영점 다섯 곳을 운영하는 어엿한 사장님이다.
"상경할 때 제 수중엔 50만원 밖에 없었어요. 월세방 보증금을 주고 나니 돈이 거의 남지 않더라구요. 미남도 아니고 `빽'도 없는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노력하는 수 밖에 없잖아요."
그는 15일 SBS TV 설날특집 프로그램인 `99진기명기 대상'에 출연해 특유의 가위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