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세상] 우표수집상의 따뜻한 마음
기사입력 1999년 02월 11일 15시 22분
며칠전 서울 중구 회현동 지하상가내 한 우표수집가게에서 50세 안팎의 초췌한 차림의 남자가 우표 수집 앨범 2권을 들고와 주인에게 팔아달라고 사정을 하고 있었다.
주인은 "사러오는 사람이 있어야 팔아드리죠. 요즘 같은 불경기에 우표 모으려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라며 거절했으나 그 남자는 "헐값이라도 좋으니 팔아달라"고 애원했다.
주인은 한참을 생각한뒤 마지 못한듯 우표첩을 훑어보며 "얼마나 받을 생각이냐"고 물었다.
50대 남자는 "IMF 실직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데 중학교에 다니는 막내 아들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그 녀석이 그동안 모아둔 우표첩을 들고 나왔다"며 한숨을 지었다.
주인은 "나도 장사가 안돼 가게를 정리해야 할 처지이지만 사정이 딱해 보여 팔아드리겠다"며 15만원을 쥐어줬다.
그 남자는 "고맙다"며 연신 고개를 숙인뒤 돌아갔다.
그 앨범에는 서울올림픽 기념우표와 김대중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등 최근 10년동안 발행된 우표 300여장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주인은 "최근 우표는 액면가에도 팔리지 않아 이 앨범은 7만∼8만원 받기도 어렵다"며 "나도 언제 저렇게 될지 몰라 그냥 도와준 것"이라고 했다.
[이규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