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공포의 실험실 : 교환(3)
기사입력 1999년 02월 11일 15시 22분
-3-며칠 전
그래서 실행하지 못했다. 내가 구상했던 납치 계획을 말이다.
그러나 행운은 엉뚱한 곳에서 찾아왔다.
마침 내 병원 앞을 지나던 여자가 가벼운 상처를 입고 찾아온 것이었다.
아무 것도 아닌 상처였다. 단지 요즘 유행하는 굽 높은 샌들을 신고 걷다가 발목이 조금 삐끗한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민감했다.
혹시나 골절이라도 되지 않았을까, 혹시나 병신이 되거나 걸음걸이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싶어 무척이나 우려하고 있었다.
내가 보아도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녀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몸매로 먹고 사는 연예인도 아닌데, 그럼에도 그녀는 몸매에 대해 무척이나 집착하고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녀는 정말 못생긴 여자였던 것이다.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몸매만 보면 미스코리아인데, 얼굴이 영 아니다.＞
아마 누구나 자주 들었던 말일 것이다.
정말 그녀는 웬만한 미스코리아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
그 몸의 매끈한 곡선에 풍만한 젖가슴과 탄력 있는 엉덩이는 거의 서양 모델을 뺨칠 정도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렇다. 다시 한 번 이 말을 쓰게 되지만, 역시 신은 공평하셨던 것이다.
정말 보기에도 짜증나게 생긴 그 얼굴. 웬만한 남자보다 더 남자처럼 느껴지는 그 얼굴.
게다가 튀어나온 광대뼈와 닭똥집처럼 생긴 입술은 정말 마주앉아 대화를 하기도 역겨울 정도였다. 그나마 내 손님이라서 겨우 참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순간 내 머리 속을 번개처럼 스쳐간 것이 있었다.
신은 공평하시다. 신은 공평하시다….
그렇다！ 바로 그 말. 신은 공평하시다?
그렇다면 나는 그렇지 않기로 했다. 전혀 공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못 생긴 여자는 철저하게 못 생기게, 천하의 절색은 철저한 절색으로….
그 환자의 몸과 내 사랑 그녀의 머리를 하나로 합친다면, 그때는… 최고의 걸작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아름답고 매력적인 얼굴에 가장 잘 빠진 몸매.
이것은 나의 작품인 동시에 신의 실수에 대한 반발, 아니 교정작업이 될 것이다.
굳이 신이 공평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인간들 삶도 공평하지 않거늘….
그래서 나는 은밀하게 그녀를 꼬득였다.
아가씨의 몸매는 정말 최고로군요. 정말 이렇게 훌륭한 몸매는 처음 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여자는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했다.
그러한 모습이 더욱 역겨워서 구토가 날 지경이었지만 나는 계속 그녀를 추켜세웠다. 은근하게, 아주 은근하게….
그러자 곧 그녀는 신세 한탄을 늘어놓았다.
그러면 뭐 해요? 몸만 잘 빠졌으면 뭐 해요? 차라리 난 몸보다 얼굴이 예쁘면 좋겠어요.
나는 슬며시 물고 늘어졌다.
왜요? 그래도 멀리서 봐도 눈에 잘 띄고 수영복을 입고 뽐낼 수 있는 건 몸매가 뛰어난 여자죠.
그러면서 나는 은근히 의사 신분임을 강조하면서 성적인 대화까지 파고들었다.
그렇잖아요, 아가씨? 어차피 부부끼리 잠자리를 할 땐 그 어둠 속에서 뭐가 보이겠어요? 그때는 얼굴이 예쁜 쪽보다 몸매가 훌륭한 게 훨씬 낫죠.
그녀는 질색을 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무리 잠자리에서 좋은 여자면 뭐 해요? 남자는 그저 그 육체를 즐길 뿐인데….
제가 아는 친구도 작년에 결혼했는데 지금 상태는 별로예요. 마침 그 남자가 나이가 좀 있어서 여자 맛을 알았나 봐요. 그래서 얼굴보다는 몸매를 보고 제 친구를 선택한 거죠. 하지만 부부간의 성관계란 게 언제까지나 만족할 순 없잖아요. [계속]
글·박무정(아이디:MirSin)
/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