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공부잘하면 커트 공짜 '이색미용실'
기사입력 1999년 02월 11일 15시 22분
`공부 잘하면 미용실도 공짜.'
대학가에 `미용실 장학금'이 등장했다.
이화여대앞 모세미용실 등 몇몇 미용실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커트나 퍼머비를 깎아주거나 아예 공짜로 해주고 있는 것.
모세미용실의 경우 간판 아래에다 큼지막하게 써붙여 놨다.
`학점 3.9 이상 받으신 분은 커트 무료'라고.
해당자는 성적표만 가지고 가면 공짜로 머리를 자를 수 있다.
미용실 커트비용이 5천원에서 최고 1만5천원에 이르니 여간 이득이 아니다.
한 학기 성적표로 두 번까지 이용할 수 있으니 늘 용돈이 궁한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우습게 봐넘길 액수가 아니다.
학점 3.9면 웬만한 학과에서는 성적장학생으로 선발될 수 있는 수준.
따라서 성적 한 번 잘 따면 여러모로 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모세미용실 강순선 원장(38)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뭔가 혜택을 주고 싶어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공짜커트를 생각해 냈다"면서 "이로 인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니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실 모세에서 `미용실 장학금'을 내건 뒤 `공짜머리파', `모세파' 등 서너명이 한 팀이 된 작은 공부모임까지 생겨나고 있다.
한가지 재미난 현상은 `미용실 장학금'에 남학생들이 더욱 관심을 갖는다는 점이다.
여학생들은 6개월이 지나도록 머리를 한 번도 자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남학생들은 자주 잘라야 하므로 충분히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짜머리파'의 일원인 이화여대 이상희양(사회복지학과 3년)은 "열심히 공부하니 성적 잘 나와 좋고, 용돈 절약할 수 있어 좋고, 여하튼 좋은 게 한두가지가 아니더라"면서 "의외의 장소에서 장학생으로 대접을 받으니 기분이 참 묘하다"며 기뻐했다.
[권희영 명예기자(단국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