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호] 악덕 브로커역 '욕 먹을수록 신명나요'
기사입력 1999년 02월 11일 15시 22분
"허준호씨 언제 나와요?"
뮤지컬 `라이프'를 제작한 신시 뮤지컬컴퍼니에는 하루에도 수백통씩 이런 문의전화가 걸려온다. MBC TV `보고 또 보고'를 통해 인기 급상승한 허준호가 `라이프'에 출연하기 때문.
혹시 더블캐스팅인가 해서 전화통이 불이나지만 단독출연이다. 매공연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을 보러온 팬들이 혹시 놀랄지 모르겠다. `라이프'에서 허준호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사창가의 악덕 브로커 `조조' 역. 순진한 처녀들을 인신매매하는 말그대로 `쓰레기같은' 인물이다.
"오래전부터 악역을 해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기회가 닿지 않았어요. 제 얼굴하고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에요."(웃음)
2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라이프'는 지난해 가을에 이은 앙코르 공연. 그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허준호의 `냉혹 연기'때문에 객석에서는 야유가 빗발친다. 그러나 역할이 역할인 만큼 야유가 많을수록 기분은 좋다.
"사회 밑바닥 인물들의 아픔과 상처, 사랑과 희망을 노래한 작품이에요. 구성이 짜임새있고 출연자들의 호흡도 찰떡궁합이라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TV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유명해졌지만 허준호는 사실 연극계 출신이다. 서울예전에서 연극과 무용을 전공한 뒤 7년간 수많은 연극작품에 출연했다.
뮤지컬도 꽤 했다. 연극, 무용을 공부한데다 음반을 두장이나 낸 가수이다보니 노래와 춤, 연기의 3박자를 고루 갖춰 뮤지컬 배우로는 적격.
`캐츠'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베이비 베이비', 어린이 뮤지컬 `보물섬', `피터팬' 등에서 이름을 날려왔다.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있어 좋다"고 뮤지컬의 매력을 설명한 그는 "기회가 된다면 재미있는 어린이 뮤지컬을 내손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김형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