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이데이] '밀레 니엄 박스' 초콜릿 등장
기사입력 1999년 02월 11일 15시 22분
성(聖) 발렌타인의 축일로, 애인끼리 선물이나 편지를 주고받으며 이날 만큼은 여자가 남자에게 먼저 구애를 해도 괜찮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날은 초콜릿이 빠지면 얘기가 안 된다.
사랑을 초콜릿에다 담아 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발렌타인 데이를 며칠 앞둔 거리는 온통 초콜릿판이다.
모양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액세서리전문점 `CNA 이대점'의 손정수씨(28)는 "이번 발렌타인 초콜릿의 특징은 복고풍"이라면서 "그동안 나올 모양의 초콜릿은 다 나와 이제 더 이상 나올 게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올해는 옛날에 나왔던 모양의 초콜릿들이 많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우산이나 양주병과 같은 단순하고 촌스러운 모양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열성파들은 초콜릿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들어 선물하기도 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모양의 초콜릿인 만큼 받는 사람의 감동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다.
선물하는 방법에도 변화가 생겼다.
종전에는 대부분 투명한 유리병이나 대나무 바구니와 같은 용기에다 각양각색의 초콜릿을 가득 담아 선물했으나 올해는 불투명한 종이상자를 이용하는 게 유행이다.
일명 `밀레니엄 박스'다.
큼지막한 종이상자에 초콜릿과 향수, 인형 등을 가득담은 뒤 단단히 봉해 전달한다.
이 선물의 특징은 받은 뒤 꼬박 1년을 묵혀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발렌타인 데이 때 받아 1년간 잘 보관했다가 2000년 발렌타인 데이에 열어봐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천년의 사랑'을 이루자는 엄청난 뜻이 담겨 있다.
물론 주는 사람도 1년 동안 내용물에 대해 일체 말하지 말아야 한다.
여고생 이정희양(17)은 "친구들보다 훨씬 특이하고, 충격적인 밀레니엄 박스를 꾸미기 위해 연구 많이 했다"면서 "1년 뒤 남자친구가 박스를 열어보면 아마 기절할 것"이라며 즐거워 했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