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세상] 선수 부인들 '독방시즌' 내조에 갈채를
기사입력 1999년 02월 10일 14시 35분
지난 7일 일본 쓰쿠미로 전지훈련을 떠나던 두산 김동주에게 색시를 홀로 두고가는 심정을 물었다.
"(아내는) 혼자서도 잘 놀아요. 별 걱정 없어요."
평소 말 한마디마다 짝꿍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자상한 남자인데 의외로 생이별 소감이 담담하다.
정작 지난달 결혼한 그의 아내 천주현씨는 무서움을 많이 탄다.
남편이 없으면 새벽까지 온방에 불을 켜놓는 여자다.
일년의 반을 밖으로 돌아다니는 김동주는 작고 여린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장모를 모시고 산다.
`헤어짐'에 익숙해야하는 프로야구 선수 커플, 따로 떨어지는 괴로움에 대해서는 슬쩍 한쪽 눈을 감아버리는 모습이다.
지난 90년 결혼한 현대 김경기와 부인 김윤정씨는 서로를 "깜빡깜빡 잊고사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미국 플로리다서 전훈중인 남편은 매일 인천집에 전화를 한다.
"얘기하다 보면 금세 수다가 돼서 국제전화라는 사실을 깜빡 까먹어요."
"9년째 뒷바라지를 해도 똑같아요. 경기씨가 떠날때가 되면 울적해지고 돌아올때가 되면 두근두근해요. 10년 살면 중년부부 `티'가 난다는데 우리는 몇년 함께 살았는지 문득 문득 잊어버리죠."
늘 연애하듯 산다니 마냥 부러운 일일까.
그러나 결혼초 정명원, 염경엽을 중매했던 김윤정씨는 이제 야구선수를 소개하는 일에 부담을 느낀다.
선수란 언제나 좋을수 없으니 마음고생을 많이 하는 자리를 선뜻 권하지 못하겠단다.
작년 현대가 한국시리즈서 우승하던 날, 이명수의 부인 김희정씨는 환호성을 지르며 그라운드로 뛰어나가다가 경찰에게 팔목을 잡혔다.
선수들은 축승회다, 뒷풀이다 새벽까지 바빴지만 그들 못지않게 가슴 벅찼던 부인들은 딱히 갈곳이 없었다.
몇몇이 인천시내 어느 카페에서 오붓한 축하를 나눴단다.
각팀이 줄줄이 전훈을 떠나면서 부인들의 `독방시즌'이 막을 올렸다.
한발짝 뒤에서 가장 치열하게 이 곳을 겪어내고 있는 주인공, 그녀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낸다.
[이승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