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지붕 라이벌 LG-두산의 협조 무드
기사입력 1999년 02월 10일 14시 35분
잠실구장 1번 게이트는 서로 다른 두팀의 홈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길목이다.
왼쪽으로 가면 패기와 신바람의 `90년대 인기구단' LG를 만나고, 오른쪽으로 가면 끈기와 뚝심의 원년 우승팀 두산의 향기를 맡는다.
두팀을 부르는 `한지붕 라이벌'은 민숭민숭한 한일 사이를 뜻하는 `가깝고도 먼 이웃'과 비슷한 말.
맞대결서는 별스럽게 으르렁대고 스토브리그서는 기분좋게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본 일이 드물다.
불같은 열성(LG)과 은근하고 끈질긴 충성심(두산)으로 팬 색깔도 극과 극.
날씬한 쌍둥이들과 우람한 반달곰들은 서로를 `제비집'과 `씨름단'으로 놀려댈 만큼 선수 체격도 딴판이다.
그러나 이번 겨울 잠실벌은 모처럼 화기애애하다.
두팀이 사이좋게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함께하는 일이 늘었다.
"못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주위의 예측을 깨고 두산은 간판 타자 김상호를 LG로 트레이드했다.
올시즌 나란히 으뜸 목표로 내건 관중 불러모으기와 갖가지 마케팅 계획에서도 `어깨동무'가 한창이다.
두팀은 맞대결 경기마다 어린이회원을 서로 교환해 무료입장 시킨다.
자매사를 통해 나눠주는 우대권(입장료 할인권)도 배포망을 함께 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LG는 LG정유 주유소에서 우대권을 나눠주고, 두산은 버거킹과 KFC 등 패스트푸드점에서 우대권을 나눠주는 방식을 계획중이다.
두팀이 배포망을 합친다면 성인팬과 청소년팬을 한데 모으는 시너지효과가 톡톡할 전망.
두산의 김승영 마케팅팀장은 "드림리그(두산)와 매직리그(LG)로 갈라선 것이 두팀의 협조 무드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1천만 서울팬을 향해 "양 리그서 두팀이 나란히 잘 싸우기를 한마음으로 응원해 달라"며 두산과 LG가 한목소리를 낸다.
[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