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리] 한국판 블록버스터 '성공했다'
기사입력 1999년 02월 10일 14시 34분
한국판 블록버스터로 관심을 모아온 영화 `쉬리'(강제규감독-강제규필름 제작)가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냈다.
지난 8일 `쉬리'의 시사회는 마치 그동안 베일에 쌓였던 영화에 대한 호기심의 폭발현장과도 같았다. 400석의 극장에 몰려든 인파는 무려 600여명. 극장 안의 복도와 계단까지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관객들은 2시간에 걸쳐 베일을 벗는 `쉬리'의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숨죽이고 화면을 지켜보았다.
시사회 결과는 "한국판 블록버스터라는 카피가 전혀 무색하지 않다"는 것. 3년여에 걸친 시나리오작업과 일반적인 한국영화 촬영횟수의 3배에 가까운 80여회의 촬영, 23억원의 제작비 등의 외형적인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만 했다.
영화는 첫장면부터 시선을 잡아끈다. 북한 특수8군단의 처절한 훈련장면이 긴장넘치는 음악을 배경으로 숨 돌릴 틈 없이 펼쳐지고, 곧이어 긴박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남한 특수요원들의 작전이 전개된다.
이른바 `첩보액션'. 관객이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어떤 장면에 빠져드는지를 강제규 감독은 눈치빠르게 포착해냈다. 이미 `은행나무 침대'로 관객을 `사로잡은 경력'이 있는 강 감독은 화면 곳곳에서 자신감을 과시했다.
도심 한복판에서의 총격전은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의 `히트'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고, 액체폭탄을 둘러싼 시퀀스들 역시 니콜라스 케이지의 `더 록'에 견줄만 했다.
폭발시간과 장소를 알려주는 여유는 `다이하드 3'와 닮아있지만 오히려 서스펜스는 강했다.컴퓨터그래픽 등 특수효과도 할리우드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뛰어났고, 음악과 음향 등 역시 근래의 한국영화들과 차별되는 `질감'을 자랑했다.
그런가하면 북한의 최고 저격수 이방희(김윤진)의 존재를 끝까지 감춰두는 반전의 드라마 역시 치밀했다.
강 감독은 `첩보액션'만으로 끝내지 않았다. 그 안에 비극적인 멜로를 적당히 섞어놓아 관객의 누선을 자극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할리우드영화의 공식을 차용해 `강제규식 영화'로 만들어낸 세련된 연출이 돋보인, `빅히트는 따놓은 당상'으로 `쉬리'는 태어났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