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란] 충무로로 간 '금배지'들
기사입력 1999년 02월 09일 15시 27분
국회의사당에서 근엄한 표정을 짓는데 익숙한 국회의원들이 단역배우로 변신해 눈길.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이협 위원장을 비롯해 길승흠, 신기남 의원 등은 1901년 제주민란을 이끈 이재수를 그린 영화 `이재수란'(박광수감독_기획시대 제작)에 최근 단역배우로 출연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역할들은 제주도 대정향교에 모인 유생역. 제주내의 민심이 흉흉해지자 유생들이 이를 우려해 회의를 열고 마을마다 통문을 띄워 이 사실을 알리는 대목에 투입됐다.
이들은 촬영에 앞서 1시간여 동안 분장을 하면서 "영화배우 되기 쉽지 않다"며 웃음을 짓기도. 그러나 정작 영화 속에서 결의문을 작성한 유생들이 밖에 모인 15명의 통인들에게 "이 결의문을 마을마다 알리거라"고 외치고, 이재수(이정재)를 위시한 통인들이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길을 뚫고 달려나가는 장면의 촬영에서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
살수차가 동원돼 비까지 뿌리며 비장한 분위기를 연출한 이날 촬영은 당초 새벽 2시쯤에 끝날 예정이었으나 동틀 무렵인 새벽 6시가 되어서야 박 감독의 `OK'사인이 났다.
촬영을 끝내고난 뒤 이들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면서 "앞으로 한국영화에 대한 지원과 구체적인 정책들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약속, 이정재 등 배우와 스태프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