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산울림] 임영웅씨 - 소극장 운동 산증인
기사입력 1999년 02월 09일 15시 27분
우리나라 소극장 운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한사람 있다.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은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대표.
척박한 우리 연극풍토에서 한 극단을 30년이나 지킨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새삼 말할 필요는 없다. 그의 말마따나 "수많은 좌절과 울분속에서 용케 버텨온 세월"이었기 때문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무대에 올린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 흘렀습니다. 산울림 무대에 섰던 수많은 배우들과 객석을 지켜준 관객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서울 홍대앞 산울림소극장에서 만난 그는 희끗희끗한 머리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정으로 가득찬 `꿈꾸는 소년'이었다. 목소리는 힘차고, 두눈은 초롱초롱 반짝이는.
"`산울림표' 연극의 특징은 `인간주의'입니다. 연극은 인간을 그리는 예술이라는 기본 명제에 충실하려고 노력해 온 거죠. 물론 앞으로도 이 정신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지난 69년 그가 산울림 창단공연으로 무대에 올린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이런 `인간주의'의 출발이자, 한국 소극장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고도…'를 필두로 30년간 수많은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위기의 여자', `딸에게 보내는 편지', `담배 피우는 여자' 등. 전무송 윤석화 손숙 박정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명배우들도 부지런히 산울림 무대를 오르내렸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연극의 본질은 변할 수 없습니다. 바로 살아있는 배우가 역시 살아있는 관객들 앞에서 연기한다는 사실말입니다. 땀과 열정, 거기서 오는 감동은 결코 복제될 수 없습니다."
그는 현재 `창단 30주년 기념 명무대 시리즈' 첫회로 박정자 주연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를 8년만에 리바이벌 공연중이다. 지난 86년 `위기의 여자'로 이땅에 `페미니즘 연극'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던 산울림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빈자리가 없을 만큼 반응이 좋아 비교적 여유가 생겼지만(?) 가난한 연극인답게 미래는 항상 걱정스럽다.
"처음 `고도…'를 무대에 올렸을 때는 단순히 `베케트의 전언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내가 바로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김형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