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짜지폐로 만든 할인권 호기심 자극
기사입력 1999년 02월 09일 14시 40분
`지폐냐, 광고 전단이냐'
서울시내 주택가에 가짜 돈을 이용한 광고 전단이 등장, 시선을 잡아매고 있다.
천원짜리나 만원짜리 지폐가 인쇄된 이들 전단은 너무나 정교해 얼핏 보면 진짜 돈으로 착각할 정도.
아예 실물 크기와 똑같은 것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앞면에는 할인권이라고 적혀있고 뒷면에는 족발집이나 치킨집, 피자집 등 음식점의 안내문이 인쇄돼 있어 실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배달을 시키거나 업소에 가서 가짜 돈을 내면 그 액수 만큼 할인을 해준다는 것.
이들 업소에서 이같은 전단을 만들어 돌리는 이유는 평범한 광고 전단으로는 승부를 걸 수 없다고 보고 눈에 확 띄는 `돈'을 내세워 사람들이 전단을 한번 더 보게 만들자는 계산 때문에서다.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서 족발배달점을 하는 정성호씨(49)는 "손님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가짜 돈 전단을 만들었다"며 "예상외로 반응이 좋다"고 흡족해 했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
찬성하는 측들은 "비록 가짜지만 집 문 앞에 돈이 붙어있으니 기분이 좋다"거나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는 뜻에서 부적처럼 지갑 속에 넣어다닌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고 전단도 부족해 이제는 가짜 돈 세례에 시달려야 하느냐"고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일부 유흥업소에서는 여자들의 모습을 담은 가짜 돈을 주택가에 뿌려대는 통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이 태산같다.
이들 전단은 `과부촌 클럽' `미인촌' 등의 상호와 함께 선정적인 모습의 여자 사진이 인쇄돼 있어 비교육적인 데다 아이들이 이 전단으로 돈놀이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 가짜 지폐를 가져가면 기본 안주나 팁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업소까지 등장, 호기심을 한껏 불러일으키고 있다.
회사원 김창식씨(43)는 "집 앞에 주차한 승용차 앞 유리창에 100달러 짜리가 꽂혀있어 왠 횡재인가 싶어 봤더니 유흥업소 전단이더라"며 "아침 출근길부터 사기를 당한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고 말했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