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창원 원숭이' 베일 벗긴다
기사입력 1999년 02월 09일 14시 40분
동물원 우리를 뛰쳐나와 인근 마을과 뒷산에서 숨어지내다 무려 401일만에 붙잡힌 원숭이의 `생포작전'이 새삼 화제가 되고있다.
97년 12월 부산 연지동 성지곡 동물원에서 탈출, 부산진구 초읍동 야산일대를 숨어다니며 시도때도 없이 마을로 내려와 이집 저집 드나들며 밥을 훔쳐먹거나 구멍가게를 급습, 과자와 두부 등을 챙겨가는 바람에 주민들의 공포의 대상이 됐던 이 히말라야산 원숭이가 잡힌 것은 지난 5일.
"너무 무서워서 뻔히 보고도 붙잡지 못했어요. 다행히 어린이나 여자에게는 호의적이었지만 남자들에게는 사정없이 덤벼들었습니다. 개가 짖으면 끝까지 쫓아가 골목으로 몰아붙인 뒤 뺨을 때리는 영악함도 보였지요."
그래서 주민들은 이 원숭이를 `신창원'으로 불렀다.
이 원숭이는 신장 1m30, 체중 80㎏인 여덟살짜리 암놈.
제자리에서 3∼4m를 뛰어오르는 점프력과 민첩성까지 갖고있어 119구조대와 동물원측이 그동안 연인원 1천여명을 동원해 생포에 나섰으나 번번히 실패했었다.
"글쎄, 이놈이 워낙 눈치가 빨라 사람들이 접근하면 산에서 내려오질 않아요."
`신창원 원숭이'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추적보도하기 위해 현지에 내려갔던 SBS-TV 제작본부 PD 안동욱씨(31)의 말이다.
"저녁 밥상을 차려놓으면 언제 안방에 들어갔는지 가부좌를 틀고 수저로 밥을 뜨고 있었다니 주민들이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안씨는 원숭이의 생포를 위해 경남 거제에 야생동물을 조련하는 전문가인 서성원씨(42)에게 지원을 요구, 훈련받은 수컷 원숭이 `용팔이'를 데리고 오게한 다음 119구조대와 경찰과 함께 지난 5일 오전 7시 생포작전에 돌입했다.
일단 `용팔이'를 도주로인 산어귀에 배치하고 300여명의 주민들이 동네를 둘러 싼 것.
오후 1시 `신창원'이 드디어 마을로 내려왔다.
주민들이 점차 포위망을 좁혀갔고 낌새를 눈치챈 `신창원'은 2시간여를 도망다니다 탈진, 팔각정 아래 양옥집 보일러실에 숨어들었다가 생포됐다.
"그렇게 사납던 놈이 동물원측에 넘겨질 때는 풀이 죽어 왠지 측은한 마음까지 듭디다."
원숭이가 아파트나 집앞에 배달된 요구르트와 우유를 훔쳐먹는 바람에 석달새 100백여만원의 피해를 봤다는 요구르트 아주머니(42)의 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주민들은 불안해한다.
`신창원 원숭이' 생포 이후에도 마을을 돌아다니는 원숭이가 한마리 더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신창원 원숭이' 생포작전은 11일 오후 7시 15분 SBS-TV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통해 방영된다.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