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관식씨] 변화무쌍한 금강산 절경 일품
기사입력 1999년 02월 09일 14시 40분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6). 그는 겸재 정선 이후 금강산을 가장 잘 소화한 작가로 꼽힌다. 또 청전 이상범과 더불어 한국근대기 전통회화의 최고 거목으로 꼽히는 산수화의 대가다.
그가 완성한 `소정양식'은 전통을 현대에 계승한 독창적 양식으로 중국과 일본의 영향에서 벗어난 가장 한국적인 근대산수화풍으로 평가받는다.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세인들의 안목에 `나 죽으면 봐'라며 의연하게 맞섰던 그의 작가적 의지와 예언이 사후 24년만에 재평가의 기회를 갖게 됐다.
삼성미술관이 소정 탄생 100주년을 기념, 그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감상할수 있는 `소정과 금강산'전을 12일부터 4월 11일까지 마련한다.
소정의 스승은 조선시대 최후의 화원으로 20세기초 한국화단을 이끌었던 외조부 소림 조석진. 10살이 좀지나 외조부 문하생들의 작업과정을 지켜보며 소정은 그 어깨너머로 그림을 시작, 1916년 외조부가 교수로 있던 `서화미술회'에 출입하면서 본격적인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역시 처음엔 전통산수화를 그렸으나, 1920년대 들어 청전 이상범, 심산 노수현, 묵로 이용우와 함께 `동연사'를 결성, 한국적인 풍토에 적합한 새 조형언어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가 금강산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37년쯤부터. 수년동안 민족의 명산을 유랑하며 그곳의 산세와 바위, 나무 형태 등을 사생했다. 금강산의 변화무쌍한 절경을 역동감 넘치는 극적 구도로 담고, 마른 붓끝이 드러나는 갈필과 담묵, 농묵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둔중하고 거친 필치로 힘차게 뻗어나간 화강암의 산세와 기암절벽들을 그렸다.
특히 붓에 먹을 엷게 찍어 그림의 윤곽을 만들고, 그위에 다시 먹을 칠해 나가는 적묵법(積墨法)과 그 위에 진한 먹을 튀기듯 찍어 선을 파괴하여 리듬을 주는 파선법(破線法) 등 생명감 넘치는 표현법을 통해 자신만의 화풍을 이룩했다.
이번 전시에는 `내금강진주담'(60년), `외금강 삼선암 추색'(59년작) 등 금강산화를 비롯해 `성경산후' `강촌유거' 등 한국적 정취가 넘치는 대표작 40여점이 엄선돼 걸린다. 또 `소정과 동연사' 코너를 마련, 소정과 함께 한국근대미술을 개척한 이상범, 노수현, 이용우의 작품도 전시한다. (02)750－7838
[이화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