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직구-체인지업 그립 통일 '20승 해법'
기사입력 1999년 02월 09일 14시 12분
"직구와 체인지업의 오른손 위치를 똑같게 하라."
찰리 허프 투수코치가 박찬호(26．LA다저스)의 체인지업 완성 작업에 들어갔다.
9일(이하 한국시간) 허프 코치는 불펜에서 피칭을 하는 박찬호의 동작을 유심히 관찰했다.
공을 받아주던 마이너리그 포수 클라크와도 이야기를 주고 받은 허프 코치는 12분간 불펜 피칭이 끝나자 다른 때와는 달리 박찬호를 불러세웠다.
와인드업을 하려고 양 팔을 치켜드는 순간 왼손에 낀 글러브에 집어넣는 오른손의 위치가 직구와 체인지업을 던질 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지적했다.
즉 직구를 던질 때는 오른손 손바닥 밑부분이 글러브 바깥으로 약간 보이는데 체인지업을 던지면 공을 쥔 오른손이 완전히 글러브 안으로 파묻혀 손목만 보인다는 것.
미세하고 순간적인 차이지만 안타와 헛스윙의 갈림길이 된다.
체인지업의 기본은 상대 타자를 속이는 것.
체인지업을 던지면서도 직구와 동작을 완전히 같게 해야 타자를 헷갈리게 만드는데 만약 체인지업을 던진다는 것이 간파당하면 실패는 영락없다.
시속 120㎞대의 밋밋한 공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고도 제대로 쳐내지 못할 프로 야구 타자는 없기 때문이다.
지적을 받은 박찬호는 "체인지업을 완전히 익히려고 여러가지 시도를 하다보니 아직 손에 완전히 익숙한 그립을 찾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손바닥을 완전히 펼쳐 공을 잡는 팜볼과 유사한 그립의 체인지업을 구사하는데 요즘 가장 효과적인 그립을 찾기에 힘쓰고 있다.
엄지와 검지를 서클 체인지업에 유사할 정도로 붙여보기도 하고, 새끼 손가락을 구부려 던져보기도 하는 등 최선의 선택을 위한 연구를 하다보니 아직 손의 위치가 불안정하다는 것.
체인지업에 대한 기본과 감각은 이미 몸에 밴 상태라 그립을 완성하고 오른손의 위치를 직구와 똑같이 만드는 일만 남은 셈이다.
바로 그것이 데이비 존슨 감독이 장담한 20승의 길로 가는 열쇠가 된다.
[LA＝민훈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