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토종야구 자존심 되살린다
기사입력 1999년 02월 08일 14시 11분
잃었던 성지를 되찾는다.
'토종야구의 자존심' 삼성 이승엽(23)이 2년만의 영광재현을 위해 이역만리 미국 동남부 항구도시에서 땀과 흙먼지 그리고 피말리는 인내와 한판승부를 펼치고 있다.
오전 9시30분 숙소 출발에 이은 수비훈련과 오후 타격훈련, 저녁식사뒤 야간훈련까지 하루 7시간 동안의 고된 일정을 끝내고 나면 몸은 파김치가 되지만 눈매만은 매섭게 불타 오른다.
지난 시즌 이승엽은 입단 4년만에 가장 큰 쓰라림을 맛봤다.
8월까지 타격 전 부문을 휘쓸던 기세가 한 순간에 꺾이면서 장타율 타이틀에만 만족해야 했다.
그것도 국내무대를 처음 밟은 외국인에게 타이틀을 고스란히 넘겨준 것이 더욱 부끄러웠다.
그렇다고 97시즌 홈런 (32개) 타점 (114점) 최다안타 (170개) 3관왕에 시즌 MVP의 화려한 과거가 사라진 것은 절대 아니다.
이승엽은 여전히 올시즌 국내 선수를 대표할 가장 강력한 타자인 동시에 유력한 홈런왕 후보다.
이승엽은 지난시즌 막판 타이틀을 놓친데 대해 "마인드 컨트롤에서 졌다. 진정한 큰 선수가 되려면 어떤 고비라도 슬기롭게 넘길줄 아는 마음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쳤다"고 되새겼다.
이승엽은 지난해 맞수인 두산 우즈가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자 평저심을 잃고 타격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올해로 입단 5년째. 동기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비로소 프로에 합류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승엽은 올시즌을 '제2의 데뷔'라는 각오로 맞기 위해 플로리다의 뜨거운 태양과 싸우고 있다.
[포트마이어스 (미 플로리다주)=김대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