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왕과비'] '사극 제작에 역사전문가 참여해야'
기사입력 1999년 02월 07일 15시 17분
"사극 제작과정에 역사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게 시급합니다."
최근 한 시사월간지에 글을 게재, KBS 대하사극 `왕과 비'의 `색깔 논쟁'을 불러 일으킨 역사학자 이덕일씨의 제안이다.
현재 `왕과 비'의 줄거리는 조선시대 계유정난을 지나 성삼문, 박팽년 등 사육신의 단종복위운동을 향해 진행중인 상황. 시청자들은 후반부를 주목하고 있다.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에 반기를 든 성삼문, 박팽년 등의 사육신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그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수양대군의 인물설정은 초반부부터 역사적 사실에서 빗나갔어요. 수양대군의 인간적인 고뇌와 권력욕을 이중적으로 표현해 내겠다는 제작진의 의도와는 달리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수양대군의 `영웅화'가 심해졌죠. 이런 스토리의 흐름 대로라면 사육신마저 왕권 전복세력으로 표현될 수도 있거든요."
이씨는 이번 논쟁을 겪으면서 방송계의 배타적인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사극의 잘못된 시각보다는 시청자의 문제제기가 흐지부지 되는 현실에 더욱 안타까워하는 표정이다.
"순수한 뜻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일부 제작진의 오해로 제가 드라마 제작을 방해하는 스토커로까지 몰리는 상황이 연출되더라구요. 일부 방송국직원의 "작가 정하연씨에게 전화폭력을 가했다"는 주장은 이미 정작가를 통해 결코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습니다."
이씨는 이번 논쟁이 사극을 한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사 드라마'는 소재가 역사인 만큼 `사실'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극화되어야 합니다. 또 이런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을때 이를 지적, 수정해 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서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