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원-김수경] 전훈서 과시한 우정

기사입력 1999년 02월 05일 15시 33분



강산이 변하고도 남는 13년의 차이가 가로놓여 있지만 이들 둘의 마음만은 한 울타리안에 존재한다.

비오듯 땀을 쏟아내며 브래든턴 파이어리츠구장을 달리는 정명원과 김수경이 뭔가 귀엣말을 나눈다.

"수경이 너, 1년전 기억나냐?"

"그럼요, 정말 암담한 시기였어요."

작년초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수경이 전지훈련 막차를 타고 이곳 플로리다에 도착했다.

당시 김수경의 성공 가능성은 반반.

코칭스태프는 그의 전지훈련 참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다 어렵게 스프링캠프에 합류시킨 운좋은 케이스였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기만한 김수경에게 프로세계의 참다운 의미를 가르쳐준 이가 바로 투수조장 정명원이다.

정명원은 선배 눈치 보기에 바쁜 김수경에게 "너는 대성할 자질을 갖추고 있다. 마음껏 던져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1년뒤.

98시즌 최고의 신인으로 탈바꿈한 김수경이 당당한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달리고 그뒤를 정명원이 조용히 뒤쫓는다.

"정명원 선배님은 야구선수로서의 자세뿐만 아니라 인생공부까지 가르쳐준 고마운 분입니다."

"수경이가 워낙 착하고 성실하잖아요. 앞으로 한국야구를 대표할 큰 선수가 될 겁니다."

지난해 정명원은 14승8패를 기록하며 방어율 1위 (1.89)에 올랐고, 김수경은 12승 4패 2세이브로 신인왕에 등극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올해는 나보다 잘해야지."라는 정명원의 덕담에 "다승왕에 꼭 오르세요"라고 화답하는 김수경.

둘이 잡은손에 힘줄이 불끈 솟았다.

[브래든턴 (미 플로리다주)=김대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