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하늘로 출근하는 남자
기사입력 1999년 02월 05일 15시 23분
"하늘로 출퇴근 합니다."
열기구 조종사 함준식씨(38．서울 송파구 삼전동)는 열기구 광고대행이라는 이색적인 일을 한다.
높이 26m, 직경 22m의 열기구를 지상 50m의 하늘에 띄운 뒤 특정 상품을 광고하는 가로, 세로 10m의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기업체로부터 광고비를 받는 것이다.
함씨 소유의 열기구는 4대. 한대 값이 5천만원인 만큼 회사 자본금은 2억원인 셈이다.
"한겨울과 한여름을 제외한 나머지 달에는 월 평균 예닐곱번씩 열기구를 타고 공중으로 향합니다."
한번 날아 오른 뒤 하늘에 머무는 시간은 4∼5시간 정도. 바구니가 넓은 편은 못 되지만 커피 마시고 책 볼 정도는 된단다.
"최고의 직업 아닙니까? 서양에서는 열기구 관광 한번 하는데 수백달러를 내야한다는 데…. 놀면서 돈 버는 셈이죠."
바람 따라 움직이는 열기구처럼 함씨의 수입도 시류를 탄다. 잘 나갈 때는 한달에 1천만원까지 벌었는데 지금은 IMF 한파 탓에 5분의 1도 안된다고 한숨짓는다.
위험도 뒤따른다. 한번은 50m짜리 대형 플래카드가 고압전선에 걸려 구사일생한 적이 있다고.
대학 1학년 때 처음 행글라이딩을 한 함씨는 21년째 항공스포츠 한 우물만 팠다.
열기구는 11년째. 지난 88년 국내 처음으로 열기구를 띄웠다 한다.
함씨는 이후 일본을 비롯, 해외에서 국제 열기구 대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대표로 출전하고 있다. 지난 97년 필리핀 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오는 4월에는 제주도에서 열리는 국제 열기구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함씨는 지난달 31일 동료 2명과 함께 한중 관광교류의 활성화를 기원하며 열기구를 타고 서해를 횡단하기도 했다.
아침 8시에 중국 산둥반도 영성시청 앞 백사장에서 열기구를 띄운 뒤 4㎞ 고도에서 350㎞ 거리의 망망대해를 평균 시속 50㎞의 속도로 지나 오후 4시에 경기도 화성군 송산면 고정리에 안착했다고.
하루 전날인 30일에는 황영조 선수가 같은 코스를 횡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다.
"바람을 안고 가는 것이니 만큼 속도감은 별로 없었어요. 점심은 초콜릿으로 때웠습니다. 영하 15도의 강추위 때문에 준비한 생수가 얼어붙어 체온으로 녹여 마셨습니다. 참, 구름 위에서 직사광선을 받았기 때문인 지 흰 피부가 검게 변했더라구요."
늘 타는 열기구지만 엄연한 일터이니만큼 가족의 접근은 막고 있다. 재작년 아내와 여섯살 난 아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전북 익산의 평야에서 한시간동안 태워준 게 전부라고.
함씨는 올 안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한 틈을 타 국내 최초로 열기구 수출사업을 시작할 참이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함씨는 재료 구입부터 제작까지 열기구를 혼자서도 만들 수가 있다고 했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