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애-이경실] 신명난 굿판 '얼쑤' 인기
기사입력 1999년 02월 05일 15시 23분
어렵고 힘든 세상, 신나게 굿판이라도 한번 벌여보면 어떨까?
우리 시대의 모든 스트레스를 한자리에 모아 굿의 형식을 빌어 흐드러지게 풀어보는 연극 한편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극단 무성이 서울 대학로 강강술래 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얼쑤'(서영석 작, 주호성 연출). 개그우먼 이경애와 연극배우 겸 탤런트 이경실의 2인극으로 두사람의 걸쭉한 앙상블이 시종일관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다.
부랑자 합숙소에서 만난 사연많은 두 여자의 인생이야기가 극의 뼈대.
할아버지는 독립군, 아버지는 반체제인사라 고생만 하고 자란 `무당'(이경실)은 오로지 자신만을 사랑해 줄 수 있는 남자를 쫓다 결국 인생을 망친 여자. 또 고아처럼 자라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마다 않는 `마담'(이경애)은 고급 술집의 마담이 되지만 역시 남자를 잘못 만나 길바닥으로 쫓겨난 케이스다.
서로 좋은 자리에서 구걸을 하겠다고 시비가 붙어 한판 싸움을 벌이지만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고, 가슴속에 품어왔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푼다. 개인적인 아픔에서 출발한 한풀이는 곧 현실에 대한 해학적인 풍자로 이지고고, 마지막에는 민족의 장래를 위한 푸닥거리도 곁들여진다. 신나게 웃다가 가슴이 찡해지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
연출을 맡은 주호성씨는 "굿은 막힌 것을 뚫고 닫힌 것을 여는 `풀이'의 과정"이라며 "배우와 관객이 서로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되는 느낌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한다.
3월1일까지. 화∼목 오후 7시30분. 금∼일 휴일 오후 4시, 7시. (02)34431139
[김형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