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미녀의 얼굴 (9)
기사입력 1999년 02월 05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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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깨어났나?＞
문득 머리 위에서 누군가 말했다.
뼈를 쪼개는 듯한 통증을 참기 위해 숨을 고르면서 세영이 눈을 떠보니 머리 위에서 인형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쓰러질 때는 문 앞이었지만 어느새 몸은 다시 침대 곁으로 와서 기대어 앉아 있었다.
"아윽！" 다시 한 번 엄습해 오는 격심한 통증 때문에 신음을 내지른 그녀는 눈을 깔아 다리를 쳐다보았다.
뭔가 이상했다. 자신이 보기에도 이것은 미학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았다.
"아, 아니?"다리가 이상하게 뒤틀려 있었다. 무릎에서 관절이 꺾여야 할 방향이 아닌, 전혀 엉뚱한 쪽으로 종아리가 비틀려 있었다.
＜잘 봤지?＞
인형이 으름장을 놓았다.
＜다시 도망치려 하면, 그때는 무릎이 아니라 대퇴골을 뽑아버릴 거다.＞
"천만에！ 허리가 아니라 목을 꺾어봐라. 나를 이 꼴로 만들어 놓고, 그래, 그나마 목발을 짚고 다니던 것마저 못하게 만들어놓고, 그래놓고 타협을 바래? 나는 안 해. 절대 못 해！"
＜그럼 이건 어떨까? 보다시피, 이건 귀야. 사람의 귀.＞
사람이라니? 또 누구를? 잠깐 그녀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스쳐갔다.
그러나 이렇다 할 답은 나오지 않았다. 사람이라고? 이 시간에? 갑자기 어디서 또 사람을…. 그리고 왜 귀 한 짝만….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천천히, 자신의 오른쪽 귀를 향해 올라갔기 때문에. 아니, 귀가 붙어 있었던 자리를 향해서….
"아악！" 그제야 그녀는 다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고통이라면 무릎이 꺾인 것이 훨씬 심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귓바퀴가 잘려나간 것을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만약 내일 밤에도 거부하면 그때는 왼쪽 귀다.＞
헉！ 그녀의 눈이 최대한 팽창했다.
이제 공포는 더 이상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의 공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러나…. 더 이상 듣지 않아도 인형의 다음 말이 뭔지는 뻔히 알 수 있었다. 다음날 밤에도 거부한다면, 그때는 코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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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꿈이 아니었다. 환상도 아니었다.
그것은 기이한 형태로 꺾여버린 무릎 관절이 증명하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있었다. 그것, 바로 그것….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천천히 손을 들어 오른쪽 귀로 가져가던 그녀는 거기에서 포기하고 말았다.
잘려나간 귀를 만져 증명한다는 것은, 마지막 자존심마저도 저버리는 것이기에….
이제 어떻게 하지? 그냥 도망갈까? 기어서라도 도망가?
하지만, 수치스럽게 자신의 마지막 자존심을 목숨과 맞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무릎 관절이 부러져서 기이하게 비틀린 몰골을 자랑이랍시고 남들 앞에 내보이면서 거리를 행진한단 말인가?
안될 일이다. 그것은 안될 일이다. 차라리 죽고 말지.
어쩌면 인형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녀가 절대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기에 이렇게 내버려두고 간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매일 밤이라니? 왜 하필 꼭 밤이지? 그렇다면, 혹시….
그렇다. 분명히 그 인형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인형은 절대 낮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 항상 밤에만 찾아왔고 앞으로도 밤에만
올 것이라고 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그녀는 더 이상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차피 잃을 것은 다 잃었다. 이제는 더 이상 두려울 게 없다.
원수를, 원수를！
그녀의 얼굴에 서서히 살기가 번뜩이고 있었다.[계속]
글·박무정(아이디:MirSin)
/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