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 연봉협상 유형별 분석
기사입력 1999년 02월 04일 15시 00분
구단은 연봉 책정액에서 1천만원쯤 낮은 액수를 선수에게 부른다.
선수도 내심 바라는 액수보다 1,2천만원쯤 더 요구한다.
서너번 줄다리기가 계속되며 구단이나 선수 모두 조금씩 양보하는 척하면 곧 계약서에 사인이 된다.
전형적인 `한국 스타일'의 연봉 협상.
그러나 17년 협상의 노하우가 생겼을까.
올해는 예년에 보기 힘들었던 전략들도 몇가지 등장했다.
올 연봉협상의 대표적인 유형을 정리해 본다.
◇막가파
구단 제시액? 나와는 관계없다.
안 줘? 그러면 안 뛰어.
이 정도되면 다분히 감정적이다.
나란히 1억5천만원을 요구, 협상이 안 되자 숙소를 뛰쳐나간 삼성 임창용이나 전지훈련까지 빠진 LG 최향남이 이 경우.
한편 현대는 한번 책정한 액수에서 전혀 변동이 없어 대표적인 `무대포 구단'으로 자리잡았다.
◇옵션파
`최고 연봉이 아니면 해외진출을_'을 외친 한화 구대성, 해태 양준혁이 대표적.
순서만 바꿔 `해외진출이 아니면 최고연봉을_'을 외친 현대 정민태는 아류다.
좋은 일을 할테니 돕는 차원에서 연봉을 후하게 쳐달라는 LG 김동수나 한화 정민철 같이 `불우이웃 돕기 옵션파'가 생긴게 특징이다.
◇속전속결파
"협상을 끌어봐야 감정만 상한다. 빨리 찍고 보자."
현대 김경기는 협상 1라운드 30초만에 도장을 찍어 올시즌 `최단시간 기록'을 세웠다.
3년연속 1라운드 협상 타결의 진기록까지.
◇눈치파
최고연봉 자리를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인 현대와 LG구단.
결국 현대 정명원 정민태가 백지위임하자 김용수는 반나절만에 백기를 들었다.
한편 삼성은 다른 선수들의 눈치가 보여 최고타자 이승엽에게 2년연속 보너스를 안기는 변칙을 쓰기도.
◇애걸파
2년연속 1천만원씩 깎겠다는 구단의 엄포에 `얼굴 좀 살려달라'며 매달린 롯데 김응국이 대표적.
김응국은 결국 1억원(97년)→9천만원(98년)에 이어 8천100만원에 재계약, 100만원을 보전했다.
◇보험파
올해 신설된 방법.
투수 변신에 따른 부담을 줄여달라는 LG 심재학이 도입, 3년동안 연봉 동결을 보장받는 성과를 얻어냈다.
◇백지위임파
정명원, 정민태, 양준혁 이외에도 심재학, 롯데 박정태가 "구단이 알아서 해달라"며 훌쩍 전지훈련을 떠났다.
이중 정명원 정민태 심재학은 예상보다 많은 액수를 이끌어냈고, 박정태는 소폭 인상, 양준혁은 동결에 그쳤다.
[전동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