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황당한 문구 '콤비콜라' 이색CF 인기
기사입력 1999년 02월 04일 15시 00분
요새 신문을 보다가 깜짝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 멀쩡한 신문에다 벌겋게 낙서를 해놨기 때문이다.
어찌된 영문인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뜻밖에도 광고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해태음료에서 나오는 콤비콜라 광고다.
문구도 웃긴다.
맛이 어떻다느니, 값이 어떻다느니 하는 내용은 일체 없다.
그냥 `250㎖ 캔 모델이 고릴라가 되었음을 알려드린다'는 사실 전달과 `지구를 침공한 화성인들이 콤비콜라만 가지고 지구를 떠났다'는 황당한 내용이 전부다.
그것도 시뻘겋게 `낙서'로 처리해 놨으니 초등학생들이 봐도 웃을 노릇이다.
경기가 푹 죽어 최진실이나 박찬호가 모델로 나와도 먹힐까 말까한 판인 만큼 이건 숫제 도박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그런데 그 광고가 엄청나게 뜨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한 발상과 광고바닥의 뿌리를 통째 흔들 정도의 파격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 엄청난 도박에 겁도 없이 손을 댄 돈키호테는 광고업체 코래드의 CR2팀 임평택 차장(35)이다.
"옛날 시골마을 이장님이 주민들에게 뭔가를 알릴 때 담벼락에 삐뚤삐뚤 썼던 글씨가 생각이 나 동료들에게 한 번 해보자고 했죠."
임차장의 반짝 아이디어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고, 작업은 하루만에 끝났다.
광고의 밑바탕이 되는 가짜신문과 광고문구 작성은 임차장과 광고5팀의 이상은씨(29)가 같이 했고, 낙서같은 글씨는 임차장이 그림붓으로 직접 썼다.
"사실 제가 글씨를 그렇게 못 쓰는 편은 아니거든요. 일부러 삐뚤삐뚤 쓰자니 그것도 어렵더라구요."
이 광고는 제작비가 한푼도 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진기록을 낳았다.
모델도 쓰지 않았고, 야외촬영도 없었으니 돈 들 구석이라고는 없었던 것이다.
반응도 가지가지였다.
"신문에다 이렇게 장난을 칠 수 있느냐"는 후배의 항의도 있었고, "이렇게도 광고를 할 수가 있구나"하는 라이벌들의 부러움섞인 감탄사도 터져나왔다.
94년 5월 코래드에 입사한 임차장은 중앙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다.
일에만 매달려 온 탓인지 여태 장가도 못 갔다.
"조만간 또 하나의 핵폭탄을 터뜨릴 계획"이라는 걸 보니 올해도 노총각 신세 면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