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미녀의 얼굴(8)
기사입력 1999년 02월 04일 15시 00분
＜좋아. 그렇게 나오니 다행이군. 내가 원하는 건…….＞
인형은 비아냥거리고 있었다. 분개한 세영은 악을 썼다.
"그래, 뭐야?"
＜난 얼굴을 원해. 잘 보라고. 네가 안고 있는 인형을.＞
"엄마！"
인형. 자신이 지금까지 인형을 안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그녀는 기겁을 하며 그것을 앞으로 내던졌다.
＜겁내지 마. 그 인형은 그냥 인형일 뿐이야. 정말 행복한 인형이지. 근데, 날 보라고. 보다시피 난 이렇게 얼굴이 없어.＞
＜넌 인형의 얼굴을 참 잘 만들었지.＞
갑자기 인형은 꿈을 꾸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얼굴에 가지고 있는 자신감 만큼이나, 그렇게 인형을 예쁘게 만들었어. 그래서 너는 얼굴 만드는 일만 하고 있었던 거 아냐?＞
"그런데?"
＜그런데, 넌 마무리를 하지 않았어. 30명, 무려 30명이나 되는 내 인형 동료들이 얼굴이 없는 상태로 죽어간 거야. 생각해 보라구. 너도 여자야. 여자는 다리가 없어도 그렇게 수치스럽게 살진 않아. 하지만, 얼굴이 없는 여자는 뭐지? 그건 아마 네가 더 잘 알겠지?＞
"다 끝났어！ 모두 불에 타버렸단 말야！ 불에 타서 다 없어졌잖아！ 그러니 이제 다 끝난 거야！ 직장이고 뭐고 다 없어졌어！"
세영의 분노가 다시 폭발하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래서 네 친구를 죽였지.＞
"세상에！ 얼굴 안 만들었다고 사람을 죽여? 그렇다고 애꿎은 사람을 죽이냔 말야！ 아무 상관도 없는 애를！"
＜상관이 있지. 네 친구니까.＞
"이런, 세상에！"
세영은 이를 악물었다. 이를 가는 소리가 자신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그렇다고 사람을 죽여? 그리고, 그렇다고 얼굴까지 벗길 게 뭐야?"
＜그거야, 필요했으니까. 그렇지. 얼굴을 안만들어 주니까 사람 얼굴이라도 벗겨서 써야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인형 주제에 얼굴을 달라고 난리를 치고, 게다가 사람 얼굴까지 빼앗는, 그런 인형이….
"난 못해！"
＜못한다고?＞
"그래！ 이미 넌 내 가장 친한 친구를 죽였어. 그것도 참혹하게 죽였어. 근데 내가 너랑 타협할 것 같아? 절대 못해！"
＜그럼 30명이 더 죽어야겠군?＞
"맘대로 해！ 어차피 난 세상에 관심 없어！ 30명이 아니라 300, 아니 3만명을 죽여도 난 아무 관심 없어！ 어차피 이 세상은 날 버렸고 난 이 세상을 버렸으니까."
＜이거, 좋게 말로 하려 했더니 안 되겠군.＞
갑자기 방안에 변화가 일었다.
희미하게 들어오던 달빛이 사라지면서 방안이 어두워졌다.
그것은 인형이 들추었던 커튼을 놓았다는 의미였다. 그것 뿐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인형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엄마야！"
세영은 기겁을 하며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당연한 일이지만 다리가 성하지 않은 그녀는 바닥에 나뒹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도 거기서 질 수는 없었다.
"에잇！"그녀의 기합소리와 함께 인형이 뒤로 나자빠졌다. 얼른 옆에 있는 목발을 집어 인형을 후려친 것이었다.
＜네가 날 쳤어?＞
등 뒤에서 들려오는, 더욱 음산해진 인형의 목소리가 그녀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었다.
세영은 비명을 지르면서 문 쪽으로 달려갔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악을 쓰고 또 쓰며 문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녀는 볼 수 있었다. 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 아니 끔찍한 괴물을….
"내 얼굴 내놔."
선예가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말했다.
퍽！ 순간 뒷머리에 충격이 가해졌다. 세영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계속＞
글·박무정(아이디:MirSin)
/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