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천재 시인 랭보의 삶 재조명
기사입력 1999년 02월 03일 15시 15분
프랑스가 낳은,천재 시인 랭보. 그는, 시 `지옥에서 보낸 한철' 중 `서시'에서 적었다. `옛날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나의 삶은 모든 사람들이 가슴을 열고/온갖 슬픔이 흘러 다니는 하나의 축제였다…'고.
랭보. 수수께끼같은 삶을 산 시인. 스스로를 `태양의 아들'로 여겨, 인간도 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랭보 연구회는 최근, 국제학술지 `오베르즈 베르뜨의 친구들' 제 6집 `아르뛰르 랭보와 S.말라르메'(프랑스어 판)를 발간했다.
"한국 랭보 연구회에 세계 20여개국의 교수 16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6집에는, 철학자이며 문학비평가인 박이문교수(포항공대), 시인 이브 본느프(꼴레주 드 프랑스 석좌교수) 등의, 10여편의 논문이 실려 있다."
한국 랭보 연구회 회장 이준오교수(숭실대)는 "학문의 사대주의에서 벗으나 21세기에는 학문의 중심지가 `서울'이 돼야 한다는 의지에서 많은 재정 출혈을 감수하며 계속 국제 학술지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오교수는 `한국의 랭보'로 불릴만큼, 랭보에 미쳐 있다. 30여년간 `랭보'의 꿈을 꾸며 랭보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랭보에 관한 책만도 10여권 이상 썼다.
"고교때, 랭보와 만났다. 그러다 대학에선 랭보에 빠졌다. 이후 랭보는, 나의 인생이었다."
성균관대 불문과를 거쳐, 프랑스 국립 렌느대에서 `랭보 작품 속에서의 문학과 동양사상'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랭보의 사상은 신비주의적 불교 사상과 닿아 있다. 랭보는, 자신의 감정이 우주의 감정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랭보는, `영원, 그것은 태양과 함께 뒤섞인 바다'라고 했다. 영원이 우주라는 것이다."
이준오교수는 늘상 랭보의 영혼까지도 사랑한다.
랭보(1854∼1891). 열여섯에서 열여덟살 때 까지 시를 쓰고, 이후 아프리카 곳곳을 전전하며 무기상까지 했다. 에티오피아에선, 심한 관절염을 앓아 거동이 불편하자, 어느 노예가 그를 리어카로 실어다 프랑스 마르세이유까지 날랐다.
결국 그는, 마르세이유 꽁셉션 병원에서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지 6개월후 영면한다. 서른일곱이었다.
"랭보는, 보들레르를 추앙했지만, 랭보 나름의 새로운 시학을 낳았다. 랭보의 시는, 생략과 난해, 그리고 은유로 점철돼 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시를 통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려 했다."
[이준오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