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이상훈] '선발승+ 세이브' 기록 도전
기사입력 1999년 02월 03일 14시 57분
`삼손' 이상훈(28)과 `SUN' 선동열(36)이 99승리방정식을 만들기위해 머리를 맞댔다.
캠프 이틀째인 2일 오키나와 차탄구장에서는 흐뭇한 광경이 연출됐다.
새벽부터 비가 내려 일찍 훈련을 마치는 바람에 을씨년스럽게 텅 빈 구장.
둘만이 외야에서 캐치볼을 시작했다.
고려대 7년 선배인 선동열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힘을 빼! 너무 잘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던져!"
기술적인 부문에 대한 애정어린 충고가 꼬리를 문다.
"발을 들어올린 다음에 오른쪽 어깨가 너무 빨리 열리니까 밸런스가 흔들리잖아. 키킹한 오른발을 자연스럽게 내디뎌 무게 중심을 확실하게 잡은 상태에서 공을 채야지. 성급하게 던지잖아."
이상훈이 다시 공을 뿌리자 "봐! 틀리잖아. 공끝이 살지!"라며 사기를 북돋운다.
선동열이 캠프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이상훈의 조언자를 자청하고 나선데는 이유가 있다.
작년 1년간 이상훈이 선발로 등판해 자신이 마무리로 나서는 경기를 수없이 상상해 봤지만 실현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일본 진출 첫해 적응에 실패한 이상훈의 부진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팀사상 처음인 외국인 선수 합작의 `선발승+세이브' 기록에 도전한다.
둘 모두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았지만 활약도에 따라 한국인 `선발－마무리'의 화려한 바통터치가 2∼3년간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선동열을 자극시킨 것은 혹시나하는 두려움이었다.
이상훈이 현재의 페이스를 잘 유지한다면 선발 진입이 가능하지만 팀 마운드가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작년 퍼시픽리그 공동 다승왕에 올랐던 전 다이에 소속의 다케다가 합류했고 2차지명으로 입단한 왼손 투수 이와세(25) 등 젊은 선수들도 만만치 않다.
일본진출 이래 최고의 컨디션으로 겨울캠프를 맞은 이상훈과 선동열.
두 한국 영웅의 거친 숨소리에 오키나와 캠프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오키나와＝양정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