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왕과비'] 550여년전 역사의 슬픔 그대로
기사입력 1999년 02월 03일 14시 57분
550여년전 어린 왕의 애끓는 삶이 눈물 속에서 되살아 나고 있다.
고교생 탤런트 정태우(18)와 김민정(18).
KBS 1TV의 `왕과 비'에서 단종과 단종비로 열연 중인 이들은 주말마다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놓고 있다.
얼마전 단종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내주고 상왕으로 물러앉았다. 하지만 그에게 닥쳐오는 풍파는 그치지 않는다. 2년여간 궁궐에 머물다 유배된 뒤 결국 사약을 받는 `역사의 수순'을 그대로 밟는다.
중전이 되자마자 꿋꿋한 군주를 세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던 단종비는 단종과 헤어진 뒤 승방에서 한많은 일생을 보내게 된다.
이들의 애절한 사연에 시청자들은 가슴을 쓸며 상상한다.
`역사를 되돌릴 수만 있다면….'
`눈물연기'를 펼쳐야 하는 정태우와 김민정. 고교 1학년인 이들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쏟은 눈물은 엄청나다. 눈물이 말라 안약을 넣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진짜 눈물'.
아역이지만 실제로는 연기경력 10년씩의 베테랑. 하지만 `근엄한' 궁궐복을 벗으면 서로 옆구리를 찔러대며 쉴새없이 장난치는 사춘기 십대다.
이들은 지난 93년 영화 `키드 캅'에서 상대역을 한 이후 6년만에 다시 만났다. 주위에서 "사귀냐"고 물을 정도로 단짝. 방송 스케줄이 비슷해 둘이 종종 영화도 보고 식사도 하는 탓.
연기호흡은 그야말로 `척척'이다. 정태우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어느새 김민정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정태우는 단종역만 이번이 세번째. 나이가 먹어(?) 앞으로 더 이상은 단종역을 하기 힘들게 됐지만 방송가에선 `단종전문'이란 닉네임이 붙었다.
수양대군에 대해선 "당시 상황이야 어쨌든 어린조카의 왕위를 빼앗은 그는 옳지 못했다"고 말한다.
`왕과 비'에서 내면연기를 수준급으로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김민정은 앞으론 성인역을 해볼 계획. 또렷한 이목구비와 차분하고 명확한 발음에서 가능성이 엿보인다.
가슴을 치며 살다간 단종과 단종비. 현세에 살아나 `똑똑한 고교생'들의 `프로연기'를 보게 된다면 이들 또한 감동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이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