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미녀의 얼굴 (6)
기사입력 1999년 02월 02일 16시 12분
그녀의 사념은 거기에서 멈추었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 끔찍한 기억은….
이제는 없었다. 아무 것도 없었다. 가정도 날아가고 재산도 날아가고, 더욱이 자신 만만하던 몸매마저 사라지고 없었다.
그나마 이제 남은 것은, 아직까지 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얼굴 하나뿐이었다.
그나마도 생활고에 지쳐 언제 사라질 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스물 아홉이라는,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나이.
-6-
＜세영아！＞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세영아！＞
벌써 몇 번째 반복해서 부르고 있었다.
＜왜 대답이 없니? 세영아?＞
이게 무슨 소리야? 누가 부르는 거지?
가물거리는 눈을 겨우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아무 것도 없었다. 있다면, 그것은 태고적부터 영원히 유지되어 온 어둠 뿐.
＜세영아！＞
다시 눈을 감으려 할 때, 그 어둠 속에서 다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그녀는 옆자리가 허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선예！'
생각이 거기에 미친 세영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역시 선예는 곁에 없었다.
`지금이 몇시지?'
눈이 벽시계를 향했으나 어둠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어둠?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그녀는 밤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든 것이었다.
절대로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을 리가 없었다. 아니, 확실했다. 그녀는 불을 끈 기억이 없었다.
`정전인가?' 침대에서 내려와 벽을 더듬거리면서 형광등 스위치가 있는 곳으로 갔다.
곧 방안이 밝아지자 비틀거리며 목발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목발을 짚고 문 앞으로 걸어갔지만 문을 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세영아！"
이번에는 똑똑히 들은 게 확실했다. 잠결에 환청을 들었거나 꿈을 꾼 게 아님은 분명했다. 그런데 누가…?
"세영아, 자니?"
다시 들려온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전신의 피부에 짜릿한 전기가 흘렀다. 그 기운은 목덜미를 타고 올라 머리끝을 쭈뼛하게 만들었다.
창문. 그 창문에서 어젯밤의 기억이 되살아 났다. 그 끔찍한 악몽이….
"세영아！"
"누구야！ 선예니?"
점점 전신을 마비시켜 오는 공포에 질린 그녀는 괜히 큰소리를 쳐서 대꾸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문…… 좀…… 열·어·줘."
문? 그렇다면? 혹시 선예가 열쇠를 잃어버려서… 밤늦게까지 못 들어오고….
"이런！" 그녀의 입에서 자책으로 가득 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친구가, 친구가 나 땜에, 내가 잠이 드는 바람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면서, 목발을 짚은 두 팔에 힘을 주면서, 그녀는 허둥지둥 문을 향해 달려갔다.
술에 만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면서. 그렇게 허겁지겁 문을 열었다.
"선예야！" 그렇게 외치면서….
문 밖에는 선예가 서 있었다. 아니, 선예로 짐작되는 여자가. 하지만 얼굴이 없는 여자가. 세영은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9-
다음날 밤이 되어도 선예는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는 했지만, 전혀 연락도 없었다. 선예가 웃는 낯으로 출근을 한 뒤 두 번째 맞는 밤이었다.
밤. 문득 연상되는 단어, 공포！
어젯밤에 본 게 뭐였지? 세영은 불길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그걸 본 것일까? 꿈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꿈이었다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난 왜 문 앞에 쓰러져 있던 것일까?
물론 문은 잠겨 있었다. 그렇다면?[계속]
글·박무정(아이디:MirSin)
/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