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서세원의…'] 기상천외한 오답으로 인기폭발
기사입력 1999년 02월 01일 14시 32분
매주 수요일 오후 1시쯤이면 이상훈 PD는 서울 등촌동의 SBS 스튜디오내 연기자 대기실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워밍업'을 한다.
`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토 오후 7시) 출연을 위해 상경한 노인들과 마주앉아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가 구태여 `개막전 행사'를 갖는 이유는 노인들과의 매끈한 소통을 위해서다. 대기실 한편에 있는 소주와 맥주 몇 병도 그런 소통을 위해 동원된 소도구다.
오후 2시를 전후해 MC 서세원과 신은경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들어온다. 두 사람은 옷을 갈아입은 뒤 작가들이 `대충' 준비한 대본을 `대충' 살펴본다.
불성실해서가 아니다. 펄펄 살아있는 노인들의 만담과 재치를 유도해내려면 순발력이 최고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후 3시. 이윽고 조명이 켜진다. 서세원 신은경의 오프닝 멘트가 끝나면, 대형 VCR 속에서 유치원 어린이들이 달려나온다.
"엄마아, 나랑 목욕할 때 물 속에서 방구끼지 마세요. 방구물방울이 나한테 터져 내 얼굴이 미워졌잖아요."
부모들에게는 `악몽'이 될만한 발언들이지만, 방청석은 뒤집어진다.
다시 개그맨 최성훈이 VCR에 등장한다. 그는 마을의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재담도 하고, CF감독 노릇도 한다.
방방곡곡을 돌며 그는 `별꼴' 다 당했다. 얼마전 전북 장수에서 그는 생애 처음으로 대취했다.
노인 한분이 "서울손님이 왔다"며 걸쭉한 농주를 독째 내놓고 거푸 잔을 권한 탓이다. 연예계에는 `최성훈이 맥주 두잔 마시면 과음'이라는 싱거운 농담이 있다.
하여튼 최성훈은 그날 30분만에 농주 열잔을 마셨고, 결국 `반납행사'를 치르고야 말았다.
최성훈이 물러가고, 마이크는 다시 스튜디오 안의 서세원 신은경에게 돌아간다. 퀴즈시간이다. 노인들의 기상천외한 오답 행렬이 계속되면서 녹화장은 다시 뒤집어진다.
이때쯤 카메라맨들은 이를 악다문다. 방청객들과 같이 웃다보면 아차하는 순간 카메라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전국의 시청자들을 매주 토요일 저녁 TV 앞으로 끌어모으는 `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이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