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누드선언식' 찬반, 달아 오른 PC통신
기사입력 1999년 01월 31일 15시 17분
PC통신 천리안의 토론방이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 22일 개설한 `누드선언식＝음란공연죄'에 대한 찬반투표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최근 결혼정보회사 듀비스가 기획한 `인간성 회복을 위한 누드선언식'이 음란공연죄를 들고 나온 경찰에 의해 저지당한 뒤 천리안측이 여기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용자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개설 8일째인 29일 오후 6시 현재 이 코너 조회수는 무려 8천100건.
하루평균 1천건이다.
`월드컵 격년제'(1천580회), `선문대 순결학과'(4천450회) 등 올들어 천리안이 내건 찬반투표 안건들은 비교도 안 될 만큼 가위 폭발적이다.
작년초부터 지금까지 천리안 찬반투표대에 오른 총 92건 중에서도 8위다.
어느쪽의 우세로 결판날까.
현재로선 듀비스쪽이 힘을 얻고 있다.
누드선언식이 음란공연죄에 해당한다고 대답, 경찰의 손을 들어준 이용자(1천350명)보다 듀비스측의 취지에 공감을 나타낸 이용자(1천500명)가 약간 더 많다.
물론 천리안의 투표결과만으로 누가 옳았다고 무 자르듯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황당무계하다고만 여겼던 `남녀 300명의 누드선언식'에 공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그 행사의 밑바닥에 깔린 듀비스측의 취지를 제대로 읽었다는 증거다.
듀비스의 임수열 사장(32)은 "우리의 참된 뜻을 일부 언론에서 곡해해 보도하는 바람에 예상치도 않았던 파문이 일었다"며 여전히 난감해 했다.
돈, 학벌, 외모 등 `껍데기'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풍조에 경종을 울리자는 차원에서 `누드선언식'을 갖고 `1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던 계획이 `남녀 300명 알몸미팅'으로 잘못 보도됐다는 것.
결국 `정신적인 누드'가 `시각적인 누드'로 변질됐다는 얘기다.
뜻밖에도 이번 일로 듀비스는 `떴다'.
"용기잃지 말라"는 격려전화가 요란한가 하면 서명운동을 후원하겠다는 사람도 나섰다.
정부에서 발행하는 시사월간지 `대한화보' 등 잡지나 신문으로부터의 인터뷰 요청도 심심찮게 들어온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임사장은 "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해 오면서 사람들이 껍데기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 늘 안타까웠다"면서 "앞으로도 인간성 회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어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30일 오전 서울의 명동과 강남역에서 `인간성 회복을 위한 1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한 듀비스는 앞으로 각 시민단체 및 대학 총학생회와 연계해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갈 참이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