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세상] 초보 택시기사 기운 북돋워준 500원
기사입력 1999년 01월 31일 15시 17분
신철우씨(45．서울 서대문구 연희동)는 핸들을 잡은지 채 두달도 되지 않은 신출내기 택시기사다.
지난해 11월 대기업인 H물산 해외영업팀의 중견간부직에서 물러난 그는 `노느니 택시운전이라도…'하는 심정으로 취업을 했지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서울 토박이지만 막상 운전대를 잡고보니 서울 지리가 그렇게 낯설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손님을 태우면 우선 목적지까지의 지리가 언뜻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고 지름길이 아닌 엉뚱한 곳을 빙빙돌다가 바가지 요금의 오해를 받는 경우도 허다했다.
지난주말 밤 11시쯤에 서울 광화문 부근에서 40대 가량된 취객 한명을 태웠다.
목적지는 은평구 불광 3동 불광중학교 뒤편 골목의 주택가였다.
손님은 택시를 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신씨는 손님의 집부근에 다가갈수록 목적지가 알쏭달쏭해지기 시작했다.
가다가 차를 세우고 행인들에게 몇번씩 물어본뒤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한 신씨는 손님을 흔들어 깨웠다.
잠이 깬 손님은 택시미터기를 들여다보더니 "평소보다 500원 정도 더 나왔군…"하며 못마땅해했다.
신씨는 "전직을 한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은 길이 어두운 초보"라고 말했다.
그말을 들은 손님은 "초보운전자요? 그런줄은 몰랐습니다. 500원은 격려금으로 드리겠습니다"하고는 차에서 내려 문을 조심스레 닫아주었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