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16년만에 다시보는 '신의 아그네스'
기사입력 1999년 01월 29일 15시 31분
필요한 소도구라고는 의자 두개와 담배 한갑 정도. 그러나 그 파급력은 화려하게 꾸민 여느 대형 연극보다 컸다.
지난 83년 세상을 뒤흔들었던 연극 `신의 아그네스'(존 필미어 작)가 당시 멤버인 윤석화 윤소정 이정희 그대로 2월1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에 오른다. 초연 당시 흡인력 강한 열정의 앙상블로 `연극은 역시 배우의 예술'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이들 트리오가 16년만에 다시 한 무대에서 재회하는 것.
`신의 아그네스'는 수녀원에서 탯줄에 목이 감겨 죽은 갓난아이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살인범은 과연 그 아이를 낳은 수녀 아그네스일까? 그렇다면 아이의 아버지는 또 누구인가?
`신의 아그네스'는 이렇게 센세이셔널한 사건에서 출발하지만, 닥터 리빙스턴과 원장수녀, 아그네스 세사람의 심리와 이상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신과 인간, 신앙과 이성, 세속과 종교가 맞부딪치는 복합적인 드라마로 전개된다. 심리극의 형식속에 여성, 사랑, 구원, 기적 등 인간사의 심오한 메시지가 곳곳에 숨어있는 것이다.
"16년전 무대에 올린 작품을 출연자 전원이 같은 배역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매회 무대위에서 열한개피의 담배를 피우며 과학과 세속의 논리를 대변하는 윤소정(닥터 리빙스턴 역)의 소감.
순수한 구원의 여인 아그네스를 연기하면서 동시에 번역과 연출, 제작총지휘를 맡은 윤석화는 "아그네스의 순수한 영혼을 통해 그동안의 연기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초연 당시 무신론자였지만 이제는 가톨릭신자가 된 원장수녀 역의 이정희는 "원장수녀의 갈등과 번민을 좀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속도감있게 전개되면서 우리가 잊고 사는 본질적인 문제들을 관객들에게 엄중하게 질문하는 `신의 아그네스'가 다시 한번 태풍을 일으킬지 관심을 모은다.
평일토요일 오후 4시, 7시30분. 일공휴일 오후 3시, 6시. (02)7475932
[김형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