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변덕스런 날씨에 경주마 '폐렴경보'
기사입력 1999년 01월 29일 15시 31분
마굿간에 폐렴 비상령이 내려졌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감기에 걸려 폐렴으로 발전하는 말이 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봄철 같은 날씨가 계속되다 갑자기 한파가 불어닥치는 등 기온차가 심해지자 감기에 걸리는 말이 하루 4∼5마리씩 나오고 있다.
감기에 걸리고도 의사표시를 하지 못한채 혼자서 끙끙 앓다 폐렴으로 발전하는 말이 매주 1∼2마리씩 발생, 현재 10여마리가 치료를 받고 있으며 그중 한마리는 입원한 상태다.
감기는 1주일이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폐렴으로 발전할 경우 한달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받는 동안엔 출전도 하지 못한채 하숙비 50여만원과 치료비 100여만원을 까먹게 돼 마주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때문에 기수와 조교사, 마필관리사들은 관리마를 대상으로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지 수시 점검하고 있다.
또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운동후엔 땀을 말끔히 닦아주고 마의(馬依)를 입히고 마굿간을 자주 환기시켜주고 있다.
말도 감기에 걸리면 사람처럼 몸에 열이 나면서 기침을 하고 콧물을 흘리며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열이 나는 지는 사람의 이마를 짚어보듯 귀를 만져 확인한다.
감기에 걸린 듯 싶으면 즉시 마필보건소로 데려가 X레이 촬영과 내시경검사, 혈액검사 등을 통해 폐렴으로 발전됐는지 진찰을 받는다.
폐렴에 걸린 말은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약물 복용과 주사로 치료하는데 주사기를 든 수의사만 보면 발버둥을 치기 때문이다.
약은 물에 타거나 사료에 섞어 먹이는데 한번은 속아도 두번 속지 않는다.
이럴 경우 입에 마스크를 씌워 약물을 분사하는 방법을 동원하는데 이것도 통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먹인다.
입을 벌리고 혀를 잡아 당긴 다음 목에 약을 집어넣는 것이다.
마필보건소 안계명 진료과장은 "말은 토할 줄을 모르기 때문에 목구멍에 넣기만 하면 그대로 넘어가 소화된다"며 "겨울철 감기는 한국의 겨울을 처음 겪는 호주, 뉴질랜드 등 남방계 출신 말들이 많이 걸리지만 요즘 같은 변덕스러운 날씨엔 국경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이규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