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현씨] 전국돌며 편지쓰기 캠페인 열어
기사입력 1999년 01월 28일 15시 29분
"편지씁시다!"
`(주)편지 쓰는 사람들' 대표 조철현씨(39)는 "전자편지 홍수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종이편지가 소중한 것"이라며 "범 국민적인 편지 쓰기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말한다.
"E메일, 팩스, 전화…. 편리하지만 왠지 잘 만든 기성복 같지 않습니까? 편지는 달라요. 어릴 적 어머니가 손수 떠주신 조끼처럼 느껴지거든요."
손수 편지를 써 우표로 붙인 뒤 우체통에 넣어 보내는 것으로도 얼마든 지 따뜻한 세상, 열린 사회를 만들 수가 있다는 게 이 남자의 주장이다.
조씨는 지난해말 편지 쓰기 붐을 조성하겠다며 회사를 설립, 이달초 승합차를 개조한 이동우체통을 만들었다.
차 안에 편지지, 봉투, 우표를 가득 실어 누구나 다가와 간이 테이블에 앉아 편지를 써 부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7일부터 본격적인 나들이를 한 이 이동우체통은 2월 2일까지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 `노영심의 선물전시회' 행사장 앞에서 관람객들의 편지를 받고 있다.
"노영심씨가 전시회 한켠에 자기가 쓴 편지와 카드를 선보인다는 말을 듣고 그곳을 베이스캠프로 삼았지요."
조씨는 이번 행사가 끝나면 강원도로 이동, 춘천을 비롯, 주요 동계 아시안 게임 행사장에서 각국 선수들의 편지를 접수할 참이다.
조씨는 이동 우체통을 `시사우체통'으로 활용하는 복안도 갖고 있다.
환경 파수꾼들에게 격려편지를 보내거나 독도 망언을 한 일본 관료에게 항의 편지를 쓰는 통로로 이용하는 식.
"비용은 당분간 무료로 할 겁니다."
언론사에 기업체를 대신해 보도자료를 보내주는 일을 하는 여산통신 대표이기도 한 만큼 이 정도 여력은 있단다.
"97년 가을 캐나다로 여행을 갔다가 처음 편지 사업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됐어요."
3개월여동안 가족과 친지들에게 300여통의 편지를 쓰며 새삼 편지가 최고의 통신매체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때 마침 거지가 가슴에 `편지를 대신 부쳐드립니다'는 문귀를 걸고 돌아다니는 걸 봤습니다. 무릎을 쳤지요."
평소에도 편지를 즐겨 쓰는 편.
외국어대 영어과 재학중에는 1천여명의 여학생들에게 연애 편지를 쓴 바 있으며 포천에 살고 있는 노모(70)에게는 지금도 한달에 서너차례씩 편지를 부친다고 한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