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세상] 연봉계약 무조건 버티기 능사 아니다
기사입력 1999년 01월 28일 15시 04분
어디 갈때와 올때 마음이 다르다고 한다.
욕심이란 꼬리를 물기 마련이라 한가지를 갖고나면 자꾸 `딴생각'이 든다.
작년 12월 방콕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따고 귀국한 선수들은 한동안 귀밑까지 입이 찢어져 있었다.
그렇게 좋더란다.
금메달도 좋고, 명예도 좋지만, 병역을 해결한 기쁨이 그중 컸다.
LG 이병규는 금메달을 땄던 밤에 단짝인 팀선배 손 혁의 공주집으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첫마디가 "아우는 무사히 군복무를 마쳤습니다!"였다.
일반인들 눈에는 괜시리 얄미워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야구를 직업으로 하는 프로 스타에게 병역 부담은 엄청난 고민거리다.
한창때 운동에 몰두할수 있느냐는 한 선수의 일생을 좌우하니까.
한달이 지나 방콕의 감격도 한풀 시들해졌다.
현대 박재홍이 고백한다.
"금메달만 따게 해주면 원이 없겠다고 빌던 때가 있었죠. 지금은 연봉문제가 뜻대로 풀리기를 빌어요. 나중엔 일본 가고 싶을 겁니다. `이게 마지막 소원'이라는 절박한 심정이 어째서 매번 진심일까요?"
변덕스런 욕심장이라고 부를수 없다.
닥치는 목표마다 끝장을 내는 근성때문에 그가 `박재홍'이 됐다.
보기좋지 못한 욕심도 있다.
계약 만료시한(1월31일)이 코앞인데 각팀 스타급들이 무더기 미계약 상태다.
연봉 테이블에서 기자는 `약한자'인 선수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다.
그러나 가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경우를 본다.
구단 제시액에 수긍을 하면서도 무작정 버티는 선수다.
동료들이 끄덕거리고 본인도 납득하는 눈친데 도장을 아낀다.
`버티기'를 대접했던 구단들의 자업자득이겠지만, 스스로의 기준과 소신이 없는 선수들의 탐욕은 실망스럽다.
정당한 선수의 요구까지 그들 목소리에 빛이 바래는 상황은 더 화가 난다.
뚜렷한 의지와 성취욕에서 나온 욕심이 아름답다.
가치있는 소원을 이뤄내는 진정한 보람은 그런 욕심에서 출발한다.
[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