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PC게임방 새로운 데이트장소로 각광
기사입력 1999년 01월 28일 15시 04분
PC게임방에 여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당구장이나 실내야구장처럼 남자들의 전용공간으로 인식돼 온 게임방이 최근 여학생 이용자들이 크게 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애당초 여학생들의 게임방 진출은 남학생들의 협조(?)로 이뤄졌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컴퓨터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빠진 남학생들이 데이트와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게임방을 데이트 장소로 이용하기 시작한 게 그 계기다.
두어달 전만 해도 남자친구에게 이끌려 마지못해 게임방에 발을 들이민 여학생들은 PC통신을 이용하거나 인터넷을 뒤지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스타크래프트에 맛을들여 적들을 물리치는 데 열을 올리는 여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
여자친구에게 스타크래프트를 가르쳐 주는 남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방에 가면 남녀 한쌍이 나란히 앉아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여학생끼리 게임방을 찾는 경우도 허다하다.
성균관대 이혜란양(인문학부 1년)은 "얼마전 남자친구를 따라 게임방에 갔다가 스타크래프트를 배웠다"며 "이제는 단골로 인정받을 만큼 게임방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데이트 장소로 아예 게임방을 택하는 커플도 갈수록 늘고 있다.
게임을 통해 기다리는 지루함을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에 만남의 장소로는 그만인 것이다.
이쯤되자 게임방에서 만나 게임을 즐기다가 게임방에서 헤어지는 커플까지 생겨나고 있고, 아울러 그들을 가리키는 `겜방족'이란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다.
서울 신촌의 게임방 `팡게아'에서 일하고 있는 정훈역군(22)은 "요즘들어 주말이면 여학생 손님이 30%가 넘는다"면서 "이제는 내부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써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백승협 명예기자(고려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