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오토바이에도 ABS브레이크 단다
기사입력 1999년 01월 28일 15시 04분
자동차 전유물이었던 ABS브레이크.
그러나 이제는 ABS가 장착된 오토바이를 거리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주)해성물산 대표 지동익씨(43．인천 가좌동)는 6년간의 연구 끝에 지난 연말 오토바이용 ABS브레이크의 금형을 완성, 내달부터 시판에 들어간다.
"오토바이는 두바퀴로 움직이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큽니다. 국내 오토바이가 250만대에 이르지만 안전장치라곤 자체 브레이크가 전부입니다."
ABS는 1초에 4∼10회 연속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미끄럼 방지장치로 전자식인 자동차와 달리 이 제품은 유압식으로 핸들 옆에 장착한다.
지난 연말 자동차 경주장인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최고 시속 80㎞의 시제품 테스트에서 일반 브레이크는 급정거로 인한 스키드 마크가 나타나면서 제동거리가 34m에 이르렀지만 ABS를 단 오토바이는 스키드 마크 없이 19m에서 멈췄다고.
테스트에 참가했던 전국오토바이 동호회 `모닝캄'의 윤광석씨는 "베태랑도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크를 잡을 때는 늘 불안하다"면서 "그러나 이 ABS는 제동거리가 짧고 쏠림현상이 없이 바퀴가 도로에 달라붙는 느낌을 주었다"고 말했다.
스즈키, 하레이데이비슨 코리아 등 세계적인 오토바이 업체들로부터 기술제휴 제의를 받은 지씨를 두고 업계에서는 `ABS에 미친 사람'으로 부른다.
ABS제작을 위해 집과 땅 공장, 그것도 모자라 교직생활을 하던 아내의 퇴직금마저 홀랑 날렸다. 물경 10억여원.
ABS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1년.
우연히 승용차를 몰고 포항 근처의 비포장 도로를 달리던 중 마주오던 화물차를 피하려다 차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했다.
"확실한 ABS브레이크를 만드는데 인생을 걸겠다고 다짐했지요. IMF만 아니었으면 작년에 멋진 `작품'을 만들었을 겁니다. 재작년에 특허를 받고도 돈이 없어 연구를 중단했지요."
그런데 자금난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제작비 절감을 위해 오토바이에 눈을 돌린 덕에 1년만에 어린애 주먹만한 `미니 사이즈'를 만들어낼 수 있었단다.
한국과학기술원 화공학과 양지원 교수는 "몇년전 오토바이용 ABS브레이크라는 제품이 시중에 나돌았지만 전부 가짜였다"면서 "그러나 이 제품은 특수밸브를 사용했기 때문에 내구성도 있고 실용적"이라고 평가했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