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씨] 재치 넘치는 풍자 유머로 '인기'
기사입력 1999년 01월 27일 14시 50분
"나름대로 신기원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합니다. 앞으로 1만회까지 연재할 수 있는 장수코너가 됐으면 하는 욕심도 생기네요."
국내 정상의 개그작가 김재화씨(47)가 스포츠조선에 연재 중인 `에로비안 나이트'가 28일자로 1천회를 맞았다. `에로비안 나이트'가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95년 11월 22일. 이후 품격 높은 섹스유머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기발한 상상력, 특유의 재치있는 조어 등이 이 코너의 인기 비결. 무엇보다 세태를 날카롭게 비판, 풍자하는 `뼈 있는 웃음'이 미덕으로 꼽힌다. 작품마다 깃들어 있는 따뜻한 인간애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김씨 스스로 최고 수작으로 꼽는 `노루표비디오를 관람한 왕과 왕비'만 봐도 그렇다.
`왕과 왕비가 포르노비디오를 본다. 본 대로 실험, 환락의 밤을 보낸다. 그런데 왕비는 누구나 이런 쾌락을 누린다는 것을 알고 샘이 난다. 왕에게 섹스금지령을 내리자고 간청한다. 백성들도 즐기는게 배가 아프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작은, 본능적인 즐거움까지도 빼앗으려는 권력의 속성을 비판한 내용이다.
김씨는 이 코너를 연재하기 위해 매일 온갖 신문을 훑어보고, PC통신에서 젊은이들의 은어와 속어를 익힌다. 3천여권의 유머서적, 950개의 코미디영화 비디오도 보물창고다. 일제시대 나온 유머집 등 관련서적은 모두 산다. 미국, 프랑스 유머잡지도 꼬박꼬박 읽는다.
확실한 집필원칙도 있다. 미성년자, 동성애, 수간, 매매춘 등은 절대로 다루지 않는다. 다른 인쇄매체에 소개된 내용도 싣지 않는다. 향기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딸이 "이 분이 내 아빠!"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성은 신비롭고 순결한 것입니다. 게다가 쾌락까지 줍니다. 인류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에요. 그런 성에 대해 쉬쉬해서는 안됩니다. 이 코너가 성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내는데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편 김씨는 그동안 연재된 내용 중 350여편을 가려뽑아 `에로조크를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해맞이) 등 세 권의 책으로 묶어 펴냈다.
[임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