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꼴찌에게 박수를
기사입력 1999년 01월 27일 14시 50분
경기가 끝난 뒤에도 그들은 한동안 라커룸에서 나오지 않았다.
관중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경기장에 어둠이 깔렸을 때에야 비로소 동양 선수들은 모습을 드러냈다.
팬들 볼 면목이 없어서였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버스에 올랐다.
22연패.
이겨본 기억이 먼 옛날 얘기같다.
지난해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사까지 지내봤지만 백약이 무효다.
경기가 있는 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근처 절을 찾아 탑돌이를 하던 박용규 사장은 "최근 한달 사이에 10년은 늙은 것 같다"며 한숨을 토했다.
박광호 감독은 "불가항력"이라며 이젠 천지신명을 찾는다.
선수가 모자라는 통에 은퇴한지 7년만에 선수로 등록한 김 진 코치는 당장이라도 코트로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란다.
연패행진에도 홈경기마다 3천∼4천명의 관중들이 몰리는 노하우를 배우겠다고 다른팀 관계자가 대구를 찾아와도 구단 직원들의 어깨엔 힘이 빠져있다.
최근 동양과 맞붙는 감독들은 "동양의 연패 탈출 희생양이 된다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치욕으로 남는다"며 총력전으로 덤빈다.
66일간의 긴 악몽.
언제쯤 눈부신 태양을 보게 될지 기약할 수 없지만 선수들은 연패가 계속되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아끼는 마음을 갖게 됐단다.
"연패의 사슬을 끊는 날까지 최선을 다 해야죠."
동양의 각오를 이인규는 이 말로 대신했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