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세상] 병상 무료촬영 할아버지 사진사
기사입력 1999년 01월 27일 14시 50분
올해 환갑을 맞는 정금용씨(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는 매주 금요일 오전 외출을 한다.
카메라 가방을 메고 그가 찾아가는 곳은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장애인 수첩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증명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정씨는 500명이 넘게 사진을 찍었다.
물론 돈은 한푼도 받지 않는다.
그가 이 일을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 봄.
당시 그는 이 병원 부설 재활학교의 버스 운전기사였다.
어느날 병원 사회사업실에 근무하던 최경식씨가 급히 그를 찾아왔다.
"군인이 휴가를 나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 중인데 부대에 보낼 증빙 서류에 붙일 사진이 필요하데요. 기사님이 사진을 잘 찍으니까 좀 도와주세요."
평소 사진 찍기가 취미인 정씨는 사무실 사물함에 넣어뒀던 카메라를 들고 병상을 찾았다.
예기치 못한 `사진사'의 병원출장에 환자의 어머니는 연신 "고맙다"는 말만 되뇌었다.
그렇게 해서 그의 사진 찍기는 계속 이어지게 됐다.
적을 때는 하루에 3명, 많을 때는 10명이 넘었다.
그는 지난해 2월 퇴직하면서 이 일을 그만 둘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휠체어에 탄 환자들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집에서 배기기가 어려웠다.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한 병상 출장촬영을 그만 두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