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도시야경등 독특한 웨딩사진 선호
기사입력 1999년 01월 26일 14시 26분
수많은 쇼핑객들이 오가는 백화점 앞, 시도때도 없이 차량이 드나드는 주유소 옆, 바쁜 현대인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햄버거 가게 안….
웨딩사진 야외촬영 장소가 바뀌고 있다.
개성있는 사진을 원하는 예비 신랑 신부들이 정적인 사진보다는 동적인 사진을 찍겠다며 놀이공원이나 고궁에서 벗어나 도심 속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서울 대학로에서는 요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웨딩사진을 찍으러 나온 예비 신혼 부부와 촬영기사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마로니에 공원, 패스트푸드점, 커피숍, 소극장, 도로 등 장소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지난 22일 이곳에서 웨딩촬영을 한 회사원 김성연씨(33．성북구 돈암동)는 "평소 잘 가지도 않는 고궁 보다는 늘 다니던 데이트 코스에서 찍는 게 친근하고 편할 것 같아 도심 야외촬영을 했다"며 "오가는 사람들이 하도 쳐다 봐 스타가 된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용을 절감하고 번잡함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신세대들이 도심으로 몰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
놀이공원은 값비싼 입장료를 내야하고 고궁은 다른 커플들과 자리 다툼을 벌이기 십상인 탓이다.
이밖에 시간파괴가 가능하다는 것도 도심촬영의 장점이라고.
입장시간의 제한이 없는 만큼 밤이나 새벽에도 얼마든 지 찍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직장이 있는 남녀들은 따로 월차를 내지 않고 퇴근후 마음편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다.
빌딩과 차량의 불빛이 화려하게 수를 놓는 도시의 야경을 배경으로 하는 것도 독특한 맛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추세를 입증이나하듯 최근 잿빛 하늘, 고층 빌딩,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차량을 배경으로 웨딩촬영을 해주겠다는 업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수원 매산동 `결혼만들기'는 지난해 중순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많을 때는 하루 7∼8쌍이 촬영을 한다고.
촬영기사 이길수씨(29)는 "주로 인근 갤러리아백화점 앞을 무대로 하는데 사방으로 차량이 오가는 교차점에 위치한데다 대각선 맞은 편에 30층짜리 고층 건물이 서 있고 옆에는 주유소가 있어 다양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말부터 도심 촬영을 시작한 인천 신포동 라이프웨딩에서는 하루 3쌍 정도가 가게 앞 경동사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무슨 큰 일이나 난 듯 둘러 서 구경을 하는 통에 길이 막힐 때도 있다고 한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