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16개 스피커서 굉음 '비트스테이지' 인기
기사입력 1999년 01월 26일 14시 26분
서울 강남의 대로변에 있는 T전자오락실 앞.
한 남고생이 `낯선' 기계안에 500원짜리 동전을 넣자 힙합풍이 멜로디가 16개의 스피커에서 굉음을 내며 울린다.
행인들이 소리에 깜짝 놀라 줄줄이 모여든다.
왼손으로 기계 왼쪽에 있는 건반을 두드리고 오른쪽의 스크래치를 돌리자 디스코 테크에나 나옴직한 `시끄러운' 소리가 쾅쾅 거린다.
`비트 스테이지(beat stage).'
요즘 강남과 신촌 등지에서 청소년들 사이에 열풍이 불고 있는 `DJ용' 오락기다.
이 기계는 특히 수능시험을 끝낸 고교생들에게는 인기만점.
하루 대여섯번 이곳을 찾는다는 A고교 3년 이모군은 "한판하고 나면 공부로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한 학급에 10명 정도가 단골 수준이고 그중 2∼3명은 이 기계의 소프트웨어와 응용 조작법까지 꿰뚫는 마니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피커 소리가 워낙 커 2시간 정도를 계속하다 보면 다음날까지 귀가 멍멍하다"고 했다.
일본 고나미사에서 개발한 이 기계의 원래 이름은 `비트 마니아'지만 미국에선 `힙합 마니아'로 불린다.
이 기계에는 레게, 힙합, 발라드 등 18곡이 수록돼 음악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는 1∼2분간 `나대로의 음악'을 만드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게 해주는 셈.
국내 상륙 석달이 채 안돼 서울에만 40여대가 설치된 이 오락기는 PC통신 나우누리 등에 이미 동호회가 구성될 정도로 골수팬이 늘어나고 있다.
잘하는 사람은 멜로디에 건반과 스크레치를 잘맞춰 한판에 4∼5분을 신나게 즐길 수 있지만 초보자들은 1∼2분이면 끝난다.
강남에서 T오락실을 운영하는 마상득씨(45)는 "요즘 구경꾼을 합쳐 하루 500여명의 젊은이들이 찾아온다"며 "특히 청소년들은 음악과 함께 몸을 흔들기도 하는 등 오락실의 새로운 볼거리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 오락기를 수입하는 `유니코 전자'는 "봄부터는 야외에 설치하는 곳이 더 많아져 `비트 스테이지'의 인기가 더 확산 될 것"이라며 "3월중에 새 기종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