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스크린-브라운관 종횡무진,물오른연기 전개

기사입력 1999년 01월 26일 14시 26분



적어도, 한진해운 뉴욕지사 영업사원-차인표에겐 그랬다. 스물여섯의 이방인은, 피가 도는, 다소 헐렁한, 한국의, 서울이 못내 그리웠다.

"말이 사원이지, 고객 술접대에, 대리운전까지 해야만 했으니…. 아니, 그것보다, 밤낮으로 돈, 돈타령만 해야 하는 게, 따악, 질색이었다. 도대체, 뭣 때문에 사는가? 답이 안나왔다. 미국은, 뉴욕은 6년을 살았어도, 타국이요 타향일 뿐이었다."

뉴저지 주립대 경제학과 출신-차인표. `근사한 기업가'는 신기루 일 뿐. 황야에서 울부짓는 한마리의 승냥이었다.

93년 초 귀국. MBC TV 탤런트(공채 22기)가 된다. 이듬해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주역. 이 드라마로 단번에 뜬다. `차인표 신드롬'을 낳는다.

"귀국 당시, 무척 힘들었다. 이혼의 아픔, 그리고 두번의 탤런트 시험 낙방 등…. 기항지(寄港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탤런트 차인표(32). `이유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이나 `지상에서 영원으로'의 몽고메리 클리프트를 떠올리게 한다. 왠지, `우수(憂愁)의 사냥꾼' 냄새가 난다.

탤런트 차인표. 요즘 다시 상종가를 치고 있다. 영화와 TV를 바쁘게 넘나들고 있다.

상영중인 영화 `닥터 K'에서, 신경외과의 강지민역을 맡았다. 강지민은, 죽은 아이도 살려내는, 괴기의 치유 능력을 가진, 비밀에 싸인 사내. 이 비밀의 캐려는 미모의 여자@표지수(김혜수 분)의 등장. 결국 그 비밀은, 강지민의, 죽은 동생의 혼령의 조화였다.

오는 3월1일부터 방영될 MBC TV 월화 드라마 `왕초'. `거지왕 김춘삼의 일대기'다. 여기서 김춘삼역을 맡아 요즘 촬영에 눈코 뜰 새 없다.

이 드라마는, 의정부에 만든 세트에만 7억여원을 쏟아 부었다. 40∼50년대의 종로 거리가 복원된 것이다.

차인표. 내성적이다. 말수가 적다. 혼자서도 이따금, 포장마차에 간다. 소주 1병반이면 따악 좋다. 서울 태생. 아버지는 해운회사를 운영, 살만했다. 서울 충암고를 거쳐 한국외대 무역학과 입학. 1학년때 도미(渡美). 유학생활 내내 페인트공, 간호보조원, 웨이터 등으로 학비를 보탰다.

"앞으론 영화에만 전념하고 싶다. 그리고 이젠, 주역에 연연치 않는다. 주역보다 더 빛나는 조역이 얼마나 많은가."

때때로 최불암, 유인촌, 안성기에게서 `연기의 진수'를 본다. 이 세상에,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없다.

차인표. 오래전부터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일제치하, 정신대 등, 근대사가 배경.

요즘들어 해만 빠지만 바로 귀가한다. 선배 탤런트이자, 아내인 신애라(30)때문이 아니다. 낳은지, 한달된 아들녀석 때문이다.

[서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