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 '청춘의 덫' 20년만의 리메이크 강행군
기사입력 1999년 01월 26일 14시 26분
지난주, SBS TV `청춘의 덫' 촬영이 한창인 서울 은평구 기자촌. 고만고만하게 사는 심은하의 집으로 설정된 서민동네다. 날이 좀 풀렸다지만 그래도 `겨울값'하는 쌀쌀한 날씨에 산비탈이라 바람이 제법 세다.
"추운데 고생많네요"하는 인사에 심은하는 대뜸 "저보다 아기가 고생이에요."
극중 딸인 네살짜리 `혜림이(하승리)' 걱정이 먼저다. 어제는 `애기아빠' 이종원의 본가가 있는 소양강에서 촬영해 강바람에 더 고생했다고 한다. 심은하는 이미 극중 `미혼모 윤희'에 빠졌다. 딴은 일곱살때인 78년 옛 `청춘의 덫'을 보고, `혜림아'를 울부짖으며 `불쌍한 이효춘'을 연기한 바도 있다.
영화 `이재수란' 촬영이 지연돼 뒤늦게 드라마에 합류한 심은하를 맞는 이종원의 표정은 무뚝뚝. `마지막 승부'이래 5년만에 함께 출연하는 심은하가 반갑긴 했지만, 출세에 눈멀어 심은하를 버려야하는 `동우'역에 취해 `장외'에서도 부러 냉랭한 분위기를 잡는다.
심은하는 이 드라마에 들어가면서 제일 먼저 파느너인 `아기가 보고싶다'고 했다. 앞으로 3개월을 분신처럼 붙어 있을텐데 `혜림이'가 제일 중요한 상대역 아니냐는 것. 또 `선생님 앞'에서 대본 연습을 하고 싶어 이종원과 `혜림이'와 김수현작가의 서울 평창동집을 찾았다고 한다.
28년전 이 드라마를 할때 이정길은 길거리를 못다녔다. 아이까지 낳고 온갖 뒷바라지 다한 이효춘을 차버렸으니 그럴 만한데, 이 역을 맡은 이종원도 잔뜩 긴장한다.
"욕먹을 각오 돼 있어요. 하지만 `나쁜 놈'이라는 얘기 들으면 기분좋을 것 같아요.". 그게 `연기잘했다'는 칭찬 아니겠냐는 것.
"리메이크작이라 아무래도 선도가 떨어지지 않겠냐"는 말에 정PD는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모든 인물에 다 당위성이 있어요. 착한 여자 배신하는 악인인 이종원도 이해할 수 있게 그릴 겁니다."
듬직한 배우에 준비된 스태프들이다.
[이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