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직격인터뷰] KBO 심판위원장 김찬익
기사입력 1999년 01월 25일 14시 35분
`법사(法士)'.
칼같은 성격탓에 얻은 어릴적 별명이 운명이 된걸까.
아마추어 시절과 프로 17년을 포함, 25년간 `판결'만 내렸다.
명심판으로 이름을 날리다 새해부터 `심판의 꽃' 심판위원장을 맡은 김찬익씨(50).
이젠 육중한 보호장비 대신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서울 도곡동 KBO 사무실로 출근한다.
김찬익위원장은 야구동기생인 하일성 본지 해설위원과 평소 `야,자'하는 사이지만 인터뷰때만은 점잔을 뺐다.
▲하일성(이하 하):심판의 수장이 됐는데, 소감부터 들어볼까요.
▲김찬익(이하 김):평생 출근이라고는 처음 해 봅니다. 강박관념 때문인지 새벽 3∼4시에 화들짝 깨곤 합니다. 차츰 적응이 되겠지요.
▲하:업무량이 많나요.
▲김: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소리'를 듣다보니 시간이 모자랍니다. 판공비가 1년에 500만원인데 이러다간 시즌 개막전에 바닥나게 생겼습니다.(웃음)
▲하:하고 싶은 일이 많아 보입니다.
▲김:심판의 자질을 먼저 올려야지요. 상벌적용을 분명히 할 것입니다. 복지향상에도 많은 노력을 투자하고 경기운영의 역할분담도 명확히 하고 싶습니다.
▲하:심판들은 겨울에 마냥 쉬지는 않죠?
▲김:2월초에 자체 교육을 갖습니다. 작년과 달리 각팀을 따라 전지훈련도 갑니다. 그후 열흘간 합숙으로 전훈때 얻은 정보를 교환한뒤 시범경기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한때 1년에 1억이 넘던 교육예산이 1천200만원으로 깎여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팬들의 눈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메이저리그 심판과도 많이 비교하곤 합니다만.
▲김:자세가 제각각인 미국 심판들에 비해 우리는 일률적으로 포수뒤 정중앙에 서 있습니다. 초창기 투수들이 승부구로 즐겨쓴 바깥쪽 슬라이더를 잘 보려다 지금까지 굳어진 자세지요. 결정구가 다양해져 바꾸려고 노력중입니다.
▲하:특정 구단에 편파적인 심판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김:같은 지역출신 심판이 한 조에 배정되다보니 그런 오해를 받습니다. 올해엔 오해의 소지를 완전히 없앨 생각입니다.
▲하:`심판의 권위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김:소신없는 판정도 문제지만 너무 엄격하게 룰을 적용하면 야구장 분위기가 경색됩니다. 한때 `공안 심판'이란 말이 유행했을 정도니까요. 강약의 조화를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하:외국인 심판 수입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2∼3명 정도라면 적극 찬성입니다. 한국심판들 자질의 우수함은 미국 플로리다 심판학교 조교들도 인정한 바 있습니다. 팬들이 외국인과 직접 비교해본다면 오히려 국내심판의 위상이 높아지리라 봅니다.
▲하:심판들 급여가 많이 줄었죠?
▲김:IMF이후 심판들의 연봉, 출장비가 많이 깎였습니다. 고용관계도 `계약제'로 바뀌어 불안감이 팽배합니다. 다행히 박용오 총재께서 관심이 커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논란이 된 퇴직금 소송 문제도 상반기내에 합의가 될 것 같습니다.
▲하:첫 호남출신 심판위원장인데.
▲김:광주에서 자랐지만 사실 4대째 고향이 이북입니다. 해태 김응용감독이 가장 기피하던 심판이 저입니다. 능력과 의지가 문제지 출신지역은 결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하: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심판도 팬들을 의식해야 합니다. 제스처도 좀더 활기차게 해서 밝은 구장을 만들어 팬들을 끌어모으는데 한몫해야죠. 눈살 찌푸리지 않게 자세부터 겸손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정리＝김우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