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관음증 (2)
기사입력 1999년 01월 25일 14시 35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성추행범으로 잡힌 사람들을 보면, 80% 이상이 고학력자에 직장 또한 반만한 중소기업 과장급 이상. 의사에서 부터….
정말 납득하기 어렵게만 보이겠지.
하지만 그건 모두 다 본능일 뿐이야.
사람의 본능은 그 자신도 모르는 건데. 그런걸 쉽게 안다고 얘기하지 마.
뭐, 이 얘기가 꼭 내가 한 짓을 정당화시키는 것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생각하든 좋아. 생각은 자유니까. 그리고 본능이니까.
하여간 하던 얘기나 계속할께.
그녀의 몸매는 정말 매혹적이었어.
날 사로잡기에 충분했지. 난 그 몸매에 넋을 잃었고….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의 나체를 본 것이었어.
물론 성인잡지나 그런 것들을 못본 것은 아니었지만….
하지만 그런 것과는 비교할 수 조차 없는 것이었지.
그녀는 혼자 사는 것 같았어. 집안에 그녀 말고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녀의 몸매는 내가 손만 뻗으면 만져질 듯 내 눈앞에서 아른거렸지. 정말 괴로움 그 자체더라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면 난 내 방에서 절대로 나가지 않았어.
그건 내가 나가지 않으려 해서 안나간 게 아니라, 내 본능이 날 그 망원경에
붙잡아 두었기 때문에 나갈 수가 없던 것이었지.
가끔 부모님이 내 방으로 들어오시면 난 열심히 별에 대한 관찰을 하고 있는
척 하곤 했지.
그렇게 연기하는 것도 나중엔 정말 힘이 들었어. 그래서 언제나 방에 들어오면 방문을 잠그어 놓는 것이 생활화 되어버렸지.
언제나 '보지 말아야 한다… 난 지성인이다…' 하고 속으로 정말 수 없이 되뇌였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망원경을 또 보고 있곤 했어.
그건 정말 중독증상까지 일으키는 것 같았어.
아니, 이미 중독이 되어 있었던 건지도 모르지.
밖에서 일을 할때도 그녀는 내 머리속에 아른 거렸지.
그리고 그녀가 혼자 있을 때 하던 모든 행위들이 내 머리를 사로잡고
있었어.
그 덕분에 난 조금씩 야위어 갔고, 신경을 하도 써서 그런지 머리도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것에서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더욱 더 깊게 파고 들고, 더욱 더 집착하게 되더라고.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지. 난 조금씩 냉정을 찾으려 무던히도 노력을 했어.
좀더 객관적으로 생각하자… 조금만 더 이성을 찾아보자….
그때 한가지 알 수 있는 게 생겼어.
바로 남자란 존재에 대해서야.
남자의 성적 욕구와 함께 그 여자란 존재에 대한 호기심.
그건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그건 정말 무서운 것 같아.
이것이 아까 내가 얘기한 본능 중에 하나였지.
어떤 프로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어.
몰래 훔쳐보고 싶어하는 그런 욕망.
그러니까 '관음증' 역시 인간의 마음 속에 숨어있는 본능이라고….
하지만 본능을 그대로 다 표출하며 산다면?
한번 상상해 봐. 그것을 표현할 만한 말이 없는 것 같다.
그녀의 일상은 언제나 짜여진 각본대로 똑 같았어.
집에 들어온 그녀는 먼저 샤워를 하지.[계속]
글 남규진[컴퓨터딜러]
/하이텔 미즐모(미스터리를 즐기는 모임)/go sg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