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스미스] '4번타자' 치열한 자존심 대결
기사입력 1999년 01월 24일 15시 23분
`토종'과 `용병'의 자존심 대결.
올시즌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삼성의 4번타자는 누구일까.
작년까지 양준혁이 지키던 4번 자리의 새 주인이 될 후보는 한국의 간판타자 김기태(30)와 `파워맨' 찰스 스미스(29).
1m88, 100㎏의 거구에서 뿜어나오는 스미스의 괴력은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열린 멕시칸리그에서 홈런 1위(14개)를 기록한데서도 입증됐다.
스미스는 지난 18일 입국, 경산볼파크에서 훈련중이다.
틈틈이 한글을 익혀 팬들에게 자신의 애칭인 `버바 스미스'를 우리말로 사인해준다.
적응이 중요한 외국인 선수로서 정신자세가 바르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그러나 지난 95년 최초의 좌타 홈런왕, 97년 타격 3관왕(타격 출루율 장타율)을 지낸 한국의 간판 김기태가 버티고 있다.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용병에게 팀의 간판타자 자리를 쉽게 내준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서정환감독은 양준혁의 공백을 메꾸고 최강 화력의 타선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일단 3번 이승엽-4번 스미스-5번 김기태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이승엽과 김기태가 왼손이어서 스미스를 끼워 넣어 `좌-우-좌'로 이어지는 지그재그 타선을 만든다는 것.
그러나 오는 31일 출발하는 플로리다 전지훈련과 3월 시작되는 시범경기를 치르지 않고서는 `삼성 4번＝스미스'는 섣부른 판단이다.
김기태도 "전지훈련동안 금방 알 수 있다. 나보다 방망이 솜씨가 낫다면 인정하겠다"고 말한다.
김기태와 스미스는 외야수비에서도 경쟁해 우익수와 지명타자 자리를 나눠 갖게 된다.
서감독은 공-수 양면에서 불붙은 `토종'과 `용병'의 자존심 싸움을 은근히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준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