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3의 해결사' 트레이너의 세계
기사입력 1999년 01월 21일 15시 11분
"걸어가는 것만 봐도 어디가 아픈지 알 수 있다".
트레이너는 `해결사'이자 `족집게 의사'다.
스포트라이트 없는 그라운드의 주역, 트레이너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트레이너의 주임무는 선수들의 부상예방 및 치료, 그리고 재활 지도다.
워밍업, 스트레칭 등 간단한 훈련을 직접 지휘하고 선수들의 몸상태를 늘 파악, 출전가능 여부를 감독에게 알려준다.
당연히 독립적인 목소리가 필요한 자리지만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야, 물 좀 떠와."
야구단 입사초기, 당연한듯 주전자를 내미는 코치를 보며 심한 좌절을 느꼈다고 털어놓는 트레이너들은 꽤 있다.
민간요법 수준의 상식만을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는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는 왜 그리 많은지.
365일 선수들을 쫓아다니느라 가정과는 아예 담을 쌓고 산다.
국내 트레이너는 대학에서 물리치료학이나 체육학을 전공하고 공인자격시험을 치른뒤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봉은 연차에 따라 1천500만∼4천만원 수준.
미국 국적의 LG 이창호 트레이너만이 특별 케이스로 6천만원선이다.
이트레이너는 스포츠메디슨 석사 학력에다 국내 유일의 미국 공인자격증, LA다저스 근무경력을 인정받았다.
박봉과 격무, 알아주는 이도 흔치 않지만 그래도 트레이너는 보람에 산다.
현대 이용래트레이너는 작년 10월 한국시리즈를 코앞에 두고 불의의 부상을 한 주포 박재홍의 발목을 주무르며 나흘밤을 꼬박 샜다.
박재홍은 펄펄 날고, 결국 우승까지 따내자 이트레이너는 수면부족으로 퀭한 눈에서 속깊은 눈물을 찍어냈다.
트레이너만큼 선수를 잘 꿰뚫는 사람도 드물다.
전문가적 통찰력에다 때론 같은 이불을 덮고 잘 만큼 선수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레슬링선수 출신의 소문난 학구파 삼성 남종철트레이너는 작년 시즌도중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A선수에게 "부부관계를 가져라"는 이색처방을 내렸다.
정밀검사를 해도 딱히 아픈 곳이 나타나지 않아 장시간 상담한 결과, A선수는 "한달간 아내와 관계를 갖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남트레이너의 권유를 받아들인 A선수는 다음날 "통증이 싹 가셨다"며 경기에 나가 4타수4안타를 쳤다고 한다.
대다수 트레이너는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알고 자랑스레 여긴다.
`해외파 엘리트' LG 이창호 트레이너는 서툰 한국말에도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정착시키기 위해 누구 못지않은 열정을 과시한다.
지난달 2일 양평에서 열린 팀세미나에서 1,2군 코칭스태프를 모아놓고 1시간 40분동안 열띤 생리학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자격증을 딴 한화 조청희 트레이너는 작년 트레이너 생활의 땀방울을 모아 `투수 어깨의 바이블'이란 저서를 출간했다.
해태와 쌍방울은 2군의 경우 매니저와 트레이너를 겸직할 정도로 열악한 조건이지만 묵묵히 선수들을 돌본다.
8개구단 트레이너들은 한국야구 선진화의 열쇠를 쥐고 있다.
1승이 아쉬운 구단과 감독의 욕심때문에 선수생명이 얼마나 줄어드는 것을 누구보다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아직까지 트레이너의 충고보다는 `칼자루'를 쥔 감독의 눈을 더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
`합리적 판단'이 `직감'을 몰아내고, `과학'이 `주먹구구식 시스템'을 대신할때 고급야구로의 길은 훨씬 가까와진다.
그래서 트레이너는 오늘도 쉬지않고 뛴다.
◇8개구단 트레이너
＝팀＝이름＝나이＝학력＝주요경력＝
＝현대＝최성묵＝29＝신구전문대 물리치료과＝서울 현대OS 실장＝
＝ ＝이용래＝32＝신구전문대 물리치료과, 방송통신대 행정학과＝우리들 병원 책임치료사＝
＝LG＝이창호＝32＝아주나 퍼시픽대학(교육학, 스포츠 메디슨 석사)＝LA다저스 인턴사원, 미국 트레이너협회 자격증, 응급 치료 자격증＝
＝ ＝한경진＝31＝청주대 체육교육학＝_＝
＝ ＝권태윤＝36＝성균관대 체육교육학＝_＝
＝삼성＝남종철＝38＝용인대 격기과, 대구 보건대 물리치료과＝국가대표 레슬링 트레이너＝경산대 보건대학원 재학중＝
＝ ＝진영환＝32＝대구대 물리치료과＝_＝
＝ ＝노현욱＝30＝용인대 격기과＝스포츠센터 웨이트 트레이너＝
＝ ＝석진훈＝30＝용인대 태권도학과＝스포츠센터 수영강사＝
＝두산＝강흠덕＝41＝신구전문대 물리치료과＝강남 성심병원, 국립의료원 물리치료실＝
＝ ＝전재춘＝30＝신구전문대 물리치료과＝영생 한방병원＝
＝해태＝김성현＝35＝조선대 체육학과＝주니치 트레이닝코치 연수＝
＝ ＝김태완＝34＝동아대＝주니치 트레이닝 코치 연수＝
＝쌍방울＝강성인＝35＝원광보건전문대 물리치료과＝서울 우신향 병원＝
＝한화＝조청희＝38＝일본 소전원 위생학원 트레이너학과＝일본 청산학원 야구부 트레이너＝
＝ ＝조대현＝27＝신구전문대 물리치료과＝전기치료,운동치료 전문＝
＝롯데＝오세문＝41＝부산 지산간호전문대 물리치료과＝고려수지침 음양맥진반 수료＝
＝ ＝이진오＝27＝동아대 체육학과＝94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참가＝
[김우석 기자]
